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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13. 2023

열다섯. 이탈리아 / 로마관광, 하루만에 끝났네?

콜로세움/포로 로마노/스페인광장/트레비 분수



“이모는 마지막까지 감동을 주네!”

새벽 5시.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로 가기 위해 일찌감치 일어나 짐을 챙겼다. 깨끗하게 씻고, 나가기 전에 부엌에 이모니께 감사 쪽지라도 써두고 가려 했는데 어머 세상에! 이모님께서.. 아침에 일찍 나간다는 이야길 듣고 과일과 시리얼 등을 준비해 놓으셨다. 감동... 처음으로 “외국에 나와서 한국사람을 만난다는 건, 참 좋다”고 느꼈다.


동현이는 ‘이 큰걸 어찌 들고가아~’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나에게 뭐라 말은 못하고-저거 다 동현이 장/난/감/ 이니까-혼자 꿍얼거리면서 가방을 메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올레 바르셀로나' 이모님의 마지막 정성. 차려주신 아침은 감사히 먹었습니다 ^^ 




▶숙소에서 바라 본 새벽-고요하다.





▶숙소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왔다. 조명을 다 켠 상태. 그렇게 밝지 않다. 



▶문제의 '동현이 장난감 가방' 무겁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참고로 저기 비모 케리어가 19인치 정도 되는데...  

“수하물 추가를 했는데 왜 무게가 가볍니”

라이언에어에 대한 각종 악명(?)을 하도 많이 들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하물 추가를 신청했는데-우리의 거대한 가방들을 아무리 다 합쳐도 10kg도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큰 배낭을 수하물로 부치려니 담당자가 방긋 웃으며 “그건 그냥 비행기에 들고 타~”라며 후한 인심을 쓴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룰루랄라 비행기를 타러 갔다. 

▶라이언 에어의 수하물 기준박스. 저 박스에 폭이 안되면 수하물 초과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여기서 생긴 작은 에피소드! 당초 우리의 계획은 캐리어 두 개는 우리가 들고 타고(기내에 싣고), 배낭과 동현이 장난감 가방을 수하물로 실을 계획이었다. 그래서 액체류를 배낭과 장난감 가방에 나눠 넣었는데 ‘친절한 직원’덕분에 별 생각없이 배낭을 들고 검사대로 온것이다! 다시 돌아갔지만 친절한 직원은 야속하게도 ‘배낭이 크지만 그냥 실어도 된다, 추가 비용 안받을게’하면서 돌려보내고... 결국 우리는 1L짜리 중 700g을 쓴 러쉬 컨디셔너를 각종 빈병과 비닐팩에 나눠담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이탈리아 로마는 라이언 에어로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이탈리아라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인가!?”

피우미치니 공항에서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바로 가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고 50여분 걸려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의 중심역인데 굉장히 작은 규모에, ‘세련됨’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하철도 2개 노선 뿐! 의외로 소박한 로마의 첫인상.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검표원이 불시에 표검사를 한다고 함. 


▶티켓에 반드시 펀칭을 해야한다. 개찰구를 지나면 기계가 있는데, 거기에 표를 넣어서 펀칭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무임승차로 간주, 엄청난 벌금을 문다고!  


“누나, 마지막이라고 돈 좀 썼네!”

우리의 마지막 숙소는 테르미니역에서 버스로 10여분 거리(걸어서 20여분)에 있는 ‘유로스타 아테르나’ 연경연경언니가 추천해준 숙소였는데, 테르미니에서 조금 먼 것을 빼고는 완벽 그 자체였다! 도심에서 적당히 떨어져있어서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시설에 맛있는 조식까지! 동현이는 근사한 욕조에 넓은 침대까지 있는 숙소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나는 콜로세움이 제일 가 보고 싶어!”

동현이와 짐을 대충 정리하고, 우리는 콜로세움을 보러 향했다. 호텔 직원이 걸어서 30여분 걸리고, 길도 큰 길을 따라 가면 된다는 말에 겁도 없이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지도 달랑 한 장 들고, 아침도 못 먹고 장장 9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날씨는 더운데 음식점은 없어서 둘 다 말도 없이 10여분을 걷다가 기적적으로 작은 음식점을 발견해서 미친듯이 뛰어갔다.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제법 많은 양의 파스타와 피자를 남김없이 다 먹었다. 이탈리아 정통 마르게리타 피자의 맛은 진짜 최고였다! (이후 우리는 피자만 3끼를 먹고, 간식도 피자로 먹었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전혀 지겹지 않고, 동현이는 한국에서는 한 조각도 겨우 먹었는데 접어서 먹고, 말아서 먹고, 거의 반 판을 다먹었다.) 배도 부르고, 길도 제법 익숙해져서인지 우리는 서로 장난을 치면서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  



▶어느 동네에나 있는 흔한 음식점이었지만, 배고픔에 지친 우리에게는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ㅜ_ㅜ

▶▶피자 크기가 짐작가시는지요-저 피자가 우리돈 5천원 남짓. 맛은.. 최고!!!





콜로세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평일에 비수기, 시간도 오후 4시여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콜로세움은 기본이 한 시간이다’, ‘미리 패스권을 사두지 않으면 하루종일 콜로세움에만 있어야 할 것이다’등등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많으면 기다리지’라는 쿨한 선택으로 아무 준비도 없이 갔는데-우리는 5분 만에 티켓을 구매하고 콜로세움으로 들어갔다. (*콜로세움은 오후 4시 이후로 입장객이 급격히 줄어든다! 평균 관람시간도 30~1시간 내외이므로 일정을 잘 세워서 간다면 줄을 많이 서지 않고 볼 수 있다.)









“와, 대단하다!”

콜로세움의 위엄은 상상이상이었다. 1층에서 본 모습과 2층에서 본 모습도 사뭇 달랐다. 대단하다, 엄청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대함. 위엄 있으면서 굉장히 아름다운 건축물. 이탈리아 로마에서 단 하나의 건축물을 봐야한다면-단연 “콜로세움”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포로로마노-트레비 분수-스페인 광장, 모두 걸어서 오케이!”

로마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작았다. 웬만한 명소를 모두 걸어서 갈 수 있었고, 가는 동안 길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이탈리아인의 친절함과 ‘적당한’오지랖. 우리가 길을 헤매고 있자, 어디서 나타난 이탈리안 할아버지가 스윽 오더니 우리의 지도를 보고 요리조리로 가라고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서는 쿨하게 떠남-스페인, 프랑스에서 하도 ‘친절한 도둑들’이야길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이탈리아도 도둑이 많군’이라고 잔뜩 경계했는데, 몇 번 당하고(?)나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도 많고, 어려운 사람을 잘 도와주는것이 꼭 한국인과 비슷해서 더 정감이 갔다. (하지만 지하철 역은 조심할것! 짐을 들어주겠다, 티켓 구매를 도와주겠다고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10이면 10 모두 소매치기이거나 답례를 요구하는 사기꾼들이다.)


포로 로마노는 진짜 유적지 같았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비둘기 응가와 새들의 환대(?)는 힘들었지만, 탁 트인 곳에서 옛 고대 로마의 명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트레비 분수는 미선언니가 공사중이라고 미리 귀띔을 해줘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젤라또를 먹으며 ‘로마의 휴일’흉내를 내면서 슬슬 걸었다.

(2023년 현재 공사끝.)




스페인 광장은 일명 ‘쇼핑천국’이라 불린다. 샤넬, 페라가모, 구찌 등 각종 명품 브랜드가 즐비하다. 특히 페라가모와 프라다 매장에 손님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이탈리아 본거지다 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이 많아서인 듯. 나는 샤넬에서 벼르고 벼르던 지갑을 샀다. (아차, 요즘은 광장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으면 벌금이라더라능..)


 

혹자는 “유럽에 갔으니 명품 하나는 사와야지 않아?”라고 말한다. 거기다가 내가 지갑을 사왔다고 하면 “역시”라는 반응. 


내가 처음 ‘명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건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디자이너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되었다. 디올, 베르사체 등 세기의 명품 디자이너들의 가치관과 장인의 자부심, 세기가 바뀌어도 촌스럽지 않고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는 멋진 모습이 썩 부러웠다. 그 중 두 명의 디자이너가 인상적이었는데, 한 명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리고 ‘코코 샤넬’이었다. 


두 명의 디자이너 모두 독특한 발상과 당대의 혁신적인 사고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했다는 것도 멋졌고, ‘여성으로 가진 편견’을 멋지게 물리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세대와 세기를 넘어서도 쓸 수 있는 최상급의 품질과 클래식한 디자인(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개성만점 디자인으로 ‘나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때문에 ‘하나쯤 저 디자이너들의 옷이나 신발, 가방, 지갑 등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들의 가치관과 혁신적인 사고를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최근 들어 일본 구매대행이 성행하고 있고, 소방님 덕분에(!)몇 가지 아이템을 가질 수 있었지만, 샤넬은 그야말로 진짜 넘사벽!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지금 쓰는 지갑 끝 부분이 조금씩 닳고 있는데 AS가 불가하니-작은 클래식 지갑을 사자!’고 나 혼자 협상(!) 두근대는 마음으로 샤넬 지갑을 구매했다.(가격은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 수준이었다. 거기다 스페인은 세금 환급율이 12%! 클래식한 지갑을 산다면 스페인에서~가격 면에서 가장 메리트가 있다)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린다!”

맥도날드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한 우리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그 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했다. 이 날의 주제는 단연 ‘콜로세움’. 동현이는 콜로세움이 정말 멋지다고 연신 이야기를 꺼냈고, 그 곳의 사진을 계속 들여다 보았다. 사진을 서로 교환하고 정리하면서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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