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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Nov 28. 2022

40분 커피알람

아침마다 글 한잔, 커피 한 잔

나는 아침 5시 30분쯤 일어난다. 내가 아침형인간은 아니고, 우리집 아이들이 그때 깬다.

둘중 하나가 깨서 꼭 나를 흔들어 일으키고(드잡이를 당하거나 머리채를 잡힐때도 있음) 둘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면 나머지 한 녀석이 나를 일으켜세우는데 동참한다.

둘이 꺅꺅 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거실에 나오면, 작은 아이는 '아침루틴'인 요쿠르트를 달라고 하고, 큰아이는 페파피그를 틀어달라고 한다.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준 후에 간단한 아침을 차려주면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다. 출근길 배웅하고 나면 7시 40분. 아이들 옷을 입히고 씻기면 8시. 만화를 틀어주고 설거지와 방정리를 하고난 다음 8시 15분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 등원을 시킨다. 작은 아이 먼저 보낸 후 큰 아이까지 등원 차에 실어주면 8시 40분이 된다.


지난 4월 중순 작은아이 어린이집 입소 후부터 지금까지 비슷하게 이어오고 있는 아침의 삶이다. 처음 2주는 애둘을 보내고나면 반 녹초가 되어버려서 좋아서 하던 블로그 포스팅, 겨우겨우 등단한 브런치 활동은 차일피일 미뤘다. 덕분에 블로그 일방문자는 기하급수적으로 곤두박질쳤고, 그나마 하루 2,3명씩 있던 브런치글도 한달 넘게 0명이었다.


그렇게 한달정도 보내다가 '이렇게 쭉 있다간 정말 늘어지겠어'싶었다. 때마침 집근처에 지인이 추천한 강사님이 줌바센터를 개원하니 가보라고 했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새로생긴 줌바센터는 강의실도 멋졌지만 원장님의 당당한 에티튜드와 넘치는 건강미, 빼어난 미모에 홀려버렸다. 거기다 원장님이 줌바에 너무나 진심이신 분이라 여기서는 숨만 쉬어도 즐겁고 건강해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오전 10시 강좌를 들었다. 주5일 중 3일은 근무, 2일은 운동으로 오전을 보냈다. 아이들을 보내고 운동시간까지 1시간 넘게 공백이 있었다. 그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었다. 잠을 자거나 집을 치우기엔 시간이 어정쩡했다.


동네에서 뭐 할거 없나 찾다가 집근처에 학생교육문화회관까지 가게 되었다. 1층 로비가 넓고 창가쪽에 북카페처럼 테이블이 있었다. 한켠엔 작은 카페가 있는데 아침 9시에 오픈을 한다고 했다. 위치가 딱 우리집에서 줌바센터  가는길에 있었고, 넓은 주차장에 꼭 카페를 이용하지 않아도 로비를 자유롭게 이용할수있대서 옳다쿠나 하고 다음날부터 그곳에 갔다. 애들 보내고 바로 차를 타고 그곳에 가서 잽싸게 브런치 글이나 포스팅 하나 쓰고 9시 30분에 줌바센터로 향했다.


그렇게 두달쯤 지나자 카페 사장님이 나에게 "뭐하는 분이시냐'고 물었다. 딱히 대꾸할말이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하는 사람이올시다'라고 했다. 블로그를 한다고 하기엔 방문자수가 너무 없었고, 브런치 작가라 하기엔 글이 세편밖에 없었다.

사장님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체육복을 입고 오는것도 희한하다 싶었는데, 늘 오자마자 커피한잔(절반은 안시키고)주문하고 뭔가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알람이 울리면 바로 가는 내가 참 궁금하셨단다. 그냥 집에 있기 심심해서 마실 겸 나온다고 하니 그 후론 묻지 않으셨지만, 물어보기까지 얼마나 궁금해하셨을까 싶어서 그 후론 괜시리 친근해져 인사 외에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하루 이틀 40분마다 쓴 글 한편, 생각 한 줄이 차곡차곡 쌓이자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오르기도 하고, 또 브런치작가 공모전에 두 편의 작품을 냈다. 블로그는 한동안 좀 올랐다가 저품질로 빠지는 바람에... 비록 지금은 일방문자가 두자리지만, 언젠가 다시 오르겠지 하고 마음을 비웠다. 마음을 비우니 욕심없이 글도 더 잘써지고 오랜만에 참 즐겁게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딱 일방문자 100명만 넘으면 소원이 없게다 싶은데, 좀 더 양질의 글로 꼭꼭 채우다 보면 네이버도 알아주겠지(또르르)


지난달부턴 이 패턴이 좀 바뀌었다. 일이 주 4회로 바뀌고, 근무시간이 아침9시부터 11시, 12시라 줌바 수업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 목요일 쉬는날이라도 다니려고 했는데 공모전 준비로 두달간 줌바도 못가고, 또 공모전 준비와 브런치 작가 신청은 데스크탑 컴퓨터로 작업을 해야해서 카페를 가지 못했다.


적당히 시끄러운 로비 한켠에 앉아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글을 쓰던 그 40분이 참 그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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