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선물 (3)

<루나시티> 연작소설

by 송건자

*


지호는 보호자 등록 코드를 입력하고 소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시체에 값을 매기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규모도 훨씬 작아졌다. 보상금 지급 이후로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기 모임이 이만큼 줄었다면 지역 모임이나 주간 모임은 소수만 모이거나 아예 사람이 없을 것이다.


보상금이 지급된 후로 사태가 악화된 원인과 과정에 대한 진상 조사는 지지부진했다. 사건을 악화시킨 당사자 하콘라디 루나시티 전 대통령은 남은 3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야인으로 돌아갔다. 하콘라디 대통령을 대신해 외교부 장관이 죗값을 치뤘다. 외교부 장관은 최고의 변호사를 써서 최종심까지 물고 늘어졌고 그 결과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지구연합은 환경부 최고 담당자가 대표로 죗값을 치뤘다. 징역 2년이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일선에 혼동을 주었지만 화성의 선물은 이미 지구와 달에 퍼질대로 퍼졌고, 백신 유통 시기를 잰 것은 잘못이나 실제로 저들이 생산한 백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으니 암(暗)만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루나시티 외교부 장관은 입소를 앞둔 마지막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연 재해에 휩쓸린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며 죽은 사람들을 애도한다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지구연합 측 담당자도 살아주어서 감사하다는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였다. 저들이 입밖으로 낸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았지만 저들이 말해서는 안되었다. 지구와 달을 대표했던 만큼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었다.


보상금이 지급된 후에도 남은 화선 피해자 모임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 끝낼 것이 아니라 면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시위에 나섰다. 몇 가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타당한 내용에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보상금 미지급에 대한 내용이 엉뚱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사망자와의 사적인 행위를 담은 홀로그램 영상을 공개하면서까지 보상금을 요구했다. 지호는 눈쌀을 찌푸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더럽히는 짓거리를 하다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지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미지를 위한 일이다.


지호는 맨뒷자리에 앉았다. 지호보다 늦게 온 사람들은 낯선 참가자를 슬쩍 보고는 앞자리부터 채웠다.


“늦었습니다.”


한 여자가 단상으로 뛰어갔다. 하얀 숨이 정화기에 묻어났다.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지구 다녀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희영 씨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모일 수 있죠.”


여자가 뒤돌아 사람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희영이었다. 희영은 며칠 전 버스에서 본 홀로그램과 달라 보였다. 옆머리에 흰머리가 늘었고 눈가에 주름도 많았다. 목소리는 걸걸했는데, 아무래도 목소리를 높여 말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마침표마다 정화기에 하얀 숨이 묻어났다.


“뉴스로 이미 아시겠지만 여러분이 걱정하시던 일은 일단락 지었어요. 화선 정기 모임 유지. 허락 받았어요. 저희가 왜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절차니 어떻게 해요. 받아야죠. 그래야 운영 지원금도 나오고요.”


“지원금 많이 깎였던데. 너무 합니다. 정말.”


“이제 여기도 못 쓰겠어요.”


어떤 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규모에 맞춰서 하면 되죠. 저희 활동에 회의장 크기가 중요한가요. 우리가 모이는 게 중요하죠. 좋은 소식에 집중하도록 해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지구연합 쪽에서 힘을 많이 써준 것 같던데요.”


“맞아요. 지구연합을 싫어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부정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구연합 쪽이 여기보단 명분이 세니까요.”


“우리가 잘못했나요. 다 하콘라디 그 인간 때문에…… 정말 믿었거든요. 그 인간.”


“화선 사태만 아니었으면 사연임(四連任)도 가능했겠죠. 지금 대통령이 하콘라디 허수아비란 소리도 있지만. 두고 봐야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영은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자세하게 사람들에게 풀어주었다. 보상금 지급이 끝나고 루나시티와 지구연합에서 각각 책임을 진 사람들이 판결을 받은 후로, 화선 진상 규명 조직의 당위성이 줄어들었다. 각 정부처는 말뿐인 규탄과 말뿐인 한탄으로 가득찬 사적 모임장이 되지 않았냐며 지원을 끊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구연합 화선 피해자 모임에서 거세게 항의한 덕분에 일단 정기 화선 모임을 일년 동안 유지하기로 결론났다. 그 이후 존속 여부는 일 년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거친 후, 재검토를 하자고 여지를 남겼다.


“일년이 데드라인인 거네요.”


말의 절반이 한숨이었다.


“사람들 관심은 지금보다 더 식을 거예요. 지구연합 쪽도 그걸 걱정하더라구요. 어차피 보상금 지급도 끝났으니 다 해결되지 않았냐 보상금을 더 받고 싶어서 질질 끄는 거면 그만 두라는 말도 엄청 들었대요.”


“여기나 저기나 똑같네요.”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럽니까? 정말 인간들이 돈. 돈. 돈!”


“혈압 조심해요. 후유증 때문에 약 드시면서.”


희영이 목소리를 높인 사람에게 말했다. 양옆에 앉은 사람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정화기를 얼굴에서 떼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간 여기 계신 여러분이 열심히 해주셨지만 올해는 더 힘내주셔야 해요. 내년에는 아예 없애버리려고 작정하고 달려들 거예요. 다음 달엔 지구연합 화선 피해자 모임 대표님이 오실 거예요. 다음 달까지 그쪽도 우리도 의견 취합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하고 관계를 공고하게 다지자고 제안했어요.”


“진작 이랬어야 했어요. 지구연합이나 우리나 다 피해자고 희생자인데 누굴 손가락질하고 편을 가르냐구요. 화력이 분산되니까 얼렁뚱땅 흐지부지되고 엄한 놈들이 감옥 가고. 정말 화나요.”


“저희 의사를 확실하게 전했으니까 무언가 얘기가 나올 거예요. 지원부처에 새로 온 담당자도 이왕 시간 제한 걸린 거 진상 규명에 힘을 쏟아보자고 말하더라구요. 지구 쪽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의욕이 넘쳤어요.”


“그건 참 다행이에요. 담당자 바뀐다고 했을 때, 약력도 없고 젊어서 많이 걱정했는데.”


“이름값만 있어도 의욕이 없으면 소용 없잖아요. 저번 담당자 봐봐요. 지원금 나눠먹자는 얘기만 하고. 우리가 지원금 때문에 이러나요? 기가 차서. 잘 바뀌었어요.”


모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희영의 보고가 끝나자 각자 한 달 동안 각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공유했다.


“글쎄. 저희 아이 학교에서는 화선 사태가 피해자들이 예방을 안 해서 그렇다고 가르치더라구요. 제가 그 선생한테 직접 따졌어요. 기가 막혀서.”


“몇 년이나 지났다고. 그 선생은 어디 금성에서 살았대요?”


“다음부터 저희한테 말하고 화선 피해자 모임 이름 달고 항의하세요. 괜히 불똥 튀어요.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고마워요. 희영 씨. 너무 급해서 그럴 생각을 못했어요. 다음부터는 꼭 그럴게요.”


“저희 동네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어서 큰일이에요.”


“진상 규명에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들 생업이 먼저니까요. 그걸 포기하라고 할 수 없죠.”


어느 지역이나 지원이 줄었다. 돈도 돈이지만 사람이 줄었다. 변치 않고 굳건할 것 같던 의지는 눈에 띄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 꺾여만 간다. 돈도 안되는 일을 의지만으로 계속 붙들고 있을 수도 없었다. 염치없이 있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진상이 밝혀져도 그들이 얻는 건 진실이 밝혀졌다는 성취감이 전부였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와?”


지호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영과 눈이 마주쳤다. 희영은 지호를 알아본듯했지만 아는 척하지 하지 않았다. 지호는 회의장을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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