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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오브 킬링, 2012

이영왜좋

by 나썽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

장르 : 다큐멘터리

별점 : ★★★★★

한줄평 : 위험을 감수한 기획을 실행한 감독의 용기에 클라이맥스의 축복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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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인도네시아 정부를 장악한 군부는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명이 넘는 규모의 대학살을 저질렀다.

학살의 가해자인 그들은 현재 국민 영웅이라 불리며 화려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들은 한 미국인 영화 감독의 제안으로 자신들의 학살을 기념하는 영화를 촬영하게 된다.

죄책감은 커녕 과거에 행했던 학살, 고문, 살인을 그대로 재연하며 스스로를 칭송하는 그들.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좋은 점 1. 가해자 관점이라는 발상의 전환, 뛰어난 기획력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관점의 영화라는 점이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처음에는 학살 피해자에 대한 영화를 찍으려고 했으나, 생존자들은 사회 분위기상 인터뷰를 꺼렸다고 한다. 반면에 가해자들은 당시의 살인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여 이러한 기획을 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 성공적.

그래서 인지 나는 2024년에 개봉하여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이 관점이 신선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이미 2012년 액트오브킬링이 했던 방식이었다. 두 영화 모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조명함으로써 사건의 잔인함과 인간의 역겨움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좋은 점 2. 극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전개와 축복받은 클라이맥스

액트오브 킬링은 가해자들이 학살을 재연하면서 극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구조이다. 영화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이리 저리 오간다. 조잡한 분장, 조악한 세트, 어색한 연기와 더불어 갑작스런 초현실 장면, 남장 여자 캐릭터 등의 의도적 연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영화는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진지했다가 코믹스러웠다가 역겨웠다가 어이가 없다가 하는데, 이는 오히려 사건과 인물의 본질에 관객을 더 가깝게 한다.

영화의 초반에서 가해자 리더인 주인공은 한 건물의 옥상에서 자신의 고문행위를 자랑스럽게 재연한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 동일한 장소에서 주인공은 인터뷰 중 갑작스레 속이 메스꺼워져 연신 구토를 한다. 더 이상 인터뷰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원인 모를 구토를. 이런 극적인 클라이맥스라니. 인물이 구토를 했을 때 감독은 영화의 대박을 예감했으리라. 다시 한 번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생각났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절정도 유대인 학살을 지휘하던 간부의 원인 모를 구토이다. 그것은 연기였지만 액트오브킬링은 리얼이다.

좋은 점 3. 도덕성 없는 기괴한 캐릭터들.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실제 인간이라니.

영화를 보는 내내 어이없으면서도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출연진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성이다. 학살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정부는 가해자들을 추켜세운다. 가해자들은 당당하게 시장 상인들에게 상납받으며 호위호식하며 산다. 도덕성이라고는 없는 부패한 모습, 그 자체의 잘못을 카메라 안의 사람들은 인지를 하지 못하지만 카메라 밖의 사람들은 직시한다.

그들의 기괴한 세계관을 대변하는 판타지 장면이 있었다. 학살된 영혼들이 가해자들에게 “공산주의자인 저희들은 죽음에 이르게 함으로써 천국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고마움을 표하는.

내가 여행했던 발리는 평화롭기만 했는데 문득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인도네시아는 나라 자체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강해서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더라도 공산주의자를 척결했으니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고있다고 했다. 무시무시한 나라였다. 발리에서 현지인들이 사우스 코리안?노스 코리안?을 묻곤 했는데… 도데체 어떤 생각으로 물어봤던 걸까? 소름이 돋았다.

누구에게 추천?

ㄴ극영화보다 재미있는 다큐, 새로운 접근법의 영화를 보고 싶다면

ㄴ인도네시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ㄴ인간의 밑바닥 심리, 악마성에 관심 있다면

한줄평 : 위험을 감수한 기획을 실행한 감독의 용기에 클라이맥스의 축복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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