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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L Jul 21. 2017

신부가 연지 찍는 이유

우리나라는 미신적인 민간처방과 치료약의 거대한 실험장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환자를 대하다 보면 이들 상당수가 민간처방으로 치료를 하고 있고 또 대단한 믿음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설득하기에도 지쳐 의사 직업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옛날 의사가 귀했던 시절 동네에 누가 병이 나면 마을에 약간의 의학지식이라도 있는 사람을 찾아가 치료방법을 수소문했던 관습이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지금도 병은 광고를 해야 낫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 누가 병에 걸렸다는 광고가 들리면 어김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내가 의사보다 낫다"

며 어떻게 해보라고 권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글쎄... 잘못돼도 내 몸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심보일까?

 의사가 치료해서 낫는 건 당연한 것이고 동네 사람의 민간처방이 

천에 하나 성공하면 소문은 단번에 퍼지게 된다.

병이 나은 사람과 함께 찍은 "명의"의 사진이 여성잡지에 실리고 민간치료 연구가로 등록이 되며

 잘하면 도인의 칭호까지 얻게 된다. 

치유자의 주소록을 광고하면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면 이들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비밀의 열쇠는 바로 플래시보 효과에 있다.

 플래시보 효과란 가짜약을 환자에게 진짜 약으로 속여 먹이는 것으로

 환자의 약 30%는 병이 낫거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느낀다.


사이비 의료인이 성공(?)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효과로 가끔은 기도나 나을 것이란 믿음이 병을 치유시킬 때도 있다.  

병을 고침 받은 사람이 1천 분의 일만 되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이 가능하다. 

가짜 의사는 병이 나은 사례만 있지 나은 사람이 몇 % 인지 통계가 없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결혼하는 신부의 볼에 붉은 연지를 찍는 관습이 있었다.

 신부가 연지를 찍는 관습도 플래시보 효과가 아닌가 싶다. (정확한 이유를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부적에 글씨 쓸 때나 도장밥의 색으로도 쓰이는 경명 주사라는 수은 성분의 붉은 모래는 고대 도술가가 

만병통치약을 만든 때 사용했던 애용품이다. 

동의보감에는 아이의 경기 발작 때는 볼에 바르면 진정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마도 볼연지는 성에 무지했던 옛날 처녀가 첫날밤에 놀라지 않도록 주술적인 의미로 발라주던 

플래시보 효과의 예방 부적이 오늘까지 관습으로 내려온 것이 아닐까?



#애경내과 #신도림역내과 #구로동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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