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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이어폰을 빼고 바라보면,

by 있잖아

세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해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들 중 하나가 노래다.

일할 때, 놀 때, 이동할 때,

감정은 플레이리스트 한가운데에서 선곡한다.


퇴근길 노래를 들으며 전철 밖 풍경을 보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연애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응원을 받고 위로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주인공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고, 지친 날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 노래들은 분명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


하지만 이어폰을 빼고 멍하니 앞을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변화가 없는 현실에 민망해진다. 어릴 때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 내가 실연의 주인공이고, 내가 전도유망한 도전자였으며, 내가 모든 것을 이룬 주인공이었다.


현실적 이게도, 내가 듣는 음악을 만든 사람들과 노래를 부른 사람들은 내 삶을 모르고, 나도 그들을 위로할 줄 모른다. 그들 노래에는 그들만의 주인공이 따로 있었을 것이다.

그 주인공 자리를 슬며시 탐했고, 내 감정을 대신 올려두었다.

그 서사들을 잠시 빌린 것 뿐이다.


여전히 많은 음악을 들으며 출퇴근을 하고, 놀러도 가고, 운동도 하지만

어쩐지 사뭇 남의 집에 신세 지는 느낌이다.

내 감정이 그 노래처럼 웅장한 게 맞을까? 내 현실이 그 음악처럼 절절하고 의미가 있는 걸까?

공허하고 민망한 마음 때문에 마이크를 잡은 지도 오래됐지만,

그 마음마저도 어디 둘 데가 없어, 오늘도 플레이리스트를 슬그머니 뒤적인다.



*노래: 이어폰을 빼고

https://youtu.be/3AMkFwq3vmI?si=z9I0-6D92RsonW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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