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접시, 열 번째 이야기
속초의 명물 오징어순대가 있다. 시장에서 파는 통통한 녀석으로 골라서 달걀을 묻혀 먹으면 한입 가득 즐겁다. 원형의 순대가 속초에서 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인공인 오징어순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순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민의 간식인 떡볶이와 함께 '분식'의 친구로 순대는 이미 유명하다. 우리의 관념 속 순대도 이런 모습이다. 당면을 조금 더 넣는 게 익숙하겠지만, 해외에서는 블랙 푸딩(Black pudd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시지의 수많은 조리법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소시지는 쉽게 상하기 쉬운 육류를 오랜 기간 보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요리법입니다. 고기와 소금 그리고 허브를 사용해서, 삶고 보존하거나. 굽고, 또 다양한 나무를 사용해서 훈연시키는 방법을 사용한 요리. 각 나라의 문화와 사용하는 재료와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재미있는 요리입니다.
친절하게도 설명에 고려(물론 영어식 필기) 시대부터 야생 멧돼지를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순대는 한국식으로 세 가지 분류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속초식 오징어순대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다루겠습니다.
순대의 기록에서도 나오듯, 순대는 고려시대부터 고기를 사용하는 스타일이 정형화되었습니다. 그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순대를 가진 것은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소재지만, 속초지방에서 순대가 오징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6.25 전쟁 시 피난을 내려온 사람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고기 대신 특산물인 오징어를 이용해서 만든 게 오징어순대입니다. 피난을 온 함경도민들이 원 재료인 돼지고기를 구하지 못해서 만들었던 것을 시작으로 속초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오징어순대는 전쟁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낸 요리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식 오징어순대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한창이던 1941년 홋카이도의 모리마치라는 속초와 바다라는 공통점을 가진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단기간에 많은 군인이 오며 식량이 배급제로 변하여 도시락을 만들기 어려웠던 업체들은 잘 사용하지 않던 오징어를 간장과 찹쌀을 이용해서 퓨전 요리를 만들었고. 이 요리는 북해도의 대표적인 먹거리가 되었으며 1971년부터 30년간 일본의 열차도시락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합니다.
오징어순대의 과거에는 전쟁이라는 슬픈 역사적 사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한 찰리 채플린이 떠오릅니다.
재료: *3인분
오징어 3마리
두부 반모
대파 1줄
마늘 세 쪽
애호박 3분 1개
브로콜리
버섯
생크림
고추
바질
소금, 후추
1. 준비한 재료를 잘게 다져서 섞는다.
*오징어의 다리는 소로 사용한다.
2. 만든 소를 오징어에 여유가 있게 넣어주고 꼬치로 막고, 찜기에 15분간 찐다.
*너무 많이 내용물을 넣으면 삐져나온다.
2-2 왼쪽의 오징어순대는 내용물이 많아서 삐져나옴.
3. 크림소스를
3. 잘게 다진 채소를 마늘 - 페퍼론치노 - 버섯 - 브로콜리 순으로 볶아서 향을 내준다.
4. 생크림을 넣고 약불에서 끓여준다.
5. 크림소스에 오징어순대를 넣고, 약불에 7분간 끓여준다.
6. 담아내면 끝. 기호에 따라서 미리 잘라줘도 좋다.
*오징어순대의 단면. 오징어의 맛과 채소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크림소스에 페퍼론치노를 넣어서 살짝 매콤한 맛이 났다. 자체의 간을 적게 한 오징어순대는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났고, 진하고 부드러운 소스가 균형을 잡아주어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잘못 섞이면 혼종이 되는 게 요리지만, 이 조합은 상당히 어울렸다.
우리 엄마는 나를 얻고, 조리사 자격증을 따셨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직접 학원에 등록했고, 실제 우수한 성적으로 한식 조리사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신다. 덕분에 어린 시절 집에서 도미 탕수, 후라이드 치킨, 피자, 돈가스를 어렵지 않게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우리 엄마는 항상 빛났다. 요리를 맛있게 먹는 교육이 있단 태아 시절부터 나는 우등생 코스를 밟은 셈이다.
요리를 시작하고, 계속해서 엄마는 도움을 주려고 하셨다. 혹시 다칠까 재료를 다듬는 건 본인이 하겠다고 하신 것이다. 하지만 늘 쉬고 계시라고 말했었다. 그래야 내 요리가 늘 것 같아서.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사실 썰고 볶고, 끓이는 건 자신이 있었지만, 속재료를 만들고 오징어순대를 만드는 일은 좀처럼 본다고 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함을 선명하게 본 순간이었다. 거침없이 재료 손질을 마치고, 빠른 과정을 거치니, 이미 오징어순대는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재료의 선택과 손질법까진 내가 생각했지만, 나의 스승 엄마는 철저히 도움을 주시며 존재감을 드러내셨다.
소스를 만들고, 플레이팅은 내 몫이었다. 그리고 맛있게 드시는 역할은 우리 부모님의 몫. 의미 있었다. 혼자서 해 보이겠다고 했지만,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을 속도를 스승님의 등장으로 제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안도하고, 감사했다. 엄마와 아들, 스승과 제자의 합작품은 필연적으로 맛있었다.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요리를 하는 것이 번거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간편식도 많고, 나가면 더 쉽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집에서 해 먹는 요리가 정성이 더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뿌리는 나의 스승이자 엄마의 길고 긴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엄마의 유산이다.
사연이 가득한 오늘, 크림소스 오징어순대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