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먹는 요리는 특별하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일상에서 먹는 것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내가 당신들과 같은 요리를 공유함으로 얻는 경험의 매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진정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면 그 문화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한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똑같다. 스페인식 오믈렛에 대한 이야기로 지난 여행의 감정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2017년 바르셀로나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현지 식당에서 공유하는 요리를 통한 경험을 여기서 느낍니다. 주머니 사정은 당연히 넉넉하지 않아서, 내로라하는 유명 식당을 많이 가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한국사람들에겐 이미 꿀 대구로 유명한 비니투스 (vinitus)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장소가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네타에서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루 2만보 를 훌쩍 넘기는 활동량은 상당했고, 배가 무척이나 고파있었죠. 일행 중 일부는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난 후라 같이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해변까지 뻗은 골목길을 따라가고 있던 찰나에 이 식당을 발견합니다.
인심이라는 말이 그리웠을까요? 주문한 요리가 딱 나오고 사라지는 식당은 아쉬웠습니다. 내가 먹는 요리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지만 언어의 문제 때문에 못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식당의 매니저는 무척이나 친절했고, 그는 처음으로 한국말로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여기 온 한국 손님이 알려준 말이다" 당시 구글 지도의 레스토랑 후기에서도 한국어 후기는 하나밖에 없었으니, 그는 낯선 한국어를 배워서 언젠가 올 손님을 위해 연습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페인 인사와 함께 '안녕하세요'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먹은 요리도 모두 흡족스러웠습니다.
매니저의 이름은 필립이었다. 시그니처인 갑오징어와 엔쵸비 핀초를 시켰지만, 허기져서 현지인들은 뭐를 먹냐고 묻는 대답에 그는 자신 있게. 스페인 오믈렛을 추천해줬다. 그리고 사이드로 나온 빵은 얼마든 먹고 싶은 만큼 주겠다고 '서비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입 가득 신나게 먹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최고의 식사였다.
한국에 이 요리를 다시 생각날 무렾, 제이미 올리버의 채널에서 추억 속 요리가 나왔습니다.
어원은 작은 (tortilla) 감자 (patata)로, 작은 감자 케이크 tortilla de patata가 이 요리의 이름이고, tortillaespañola 에스파냐식 작은 케이크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지금의 감자를 넣는 형태는 아마도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시작한 이후였을 것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 생산되는 재료인 감자가 없는 형태의 오믈렛이었을 것입니다. 특이하게도 따듯하게도 먹지만 차갑게 식혀서 타파스로도 먹기로 한다고 합니다. 그 자체로 좋은 요리지만 다시, 요리의 재료로 쓰일 수 있는 활용이 가능한 진짜 현지식입니다. 좋은 계란과 감자 올리브유를 사용해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드는 요리, 불 조절이 관건이며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 같은 존재입니다.
프리타타는 이탈리아의 가정식이고, 계란과 여러 재료를 사용한 점에서 스페인식 오믈렛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법의 차이에서 팬을 이용해서 양면을 굽는 스타일을 사용한 스페인과는 다르게 이탈리아의 방식은 속재료를 채운 후 계란 물을 부어서 구워낸 스타일로 요리를 완성시킵니다. 한쪽면만 구워내기 때문에 조금 더 촉촉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분명 비슷한 요리지만 각 국가마다 다른 스타일로 변형이 가능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재료: 계란 5개,
감자 3개,
양파 1개
옥수수 1개,
소금, 후추
올리브유
*재료 손질은 얇게!
1. 올리브유에 양파와 감자를 황금빛이 날 때까지 약한 불로 튀깁니다.
2. 옥수수를 알을 떼줍니다 (선택)
3. 계란 다섯 알과 준비한 재료를 섞어줍니다.
3-1. 후추 간을 합니다.
4. 약한 불에서 내용물을 굽습니다. 팬을 이용해 양면을 구워줍니다.
5. 잘 썰어서 먹으면 끝!
참 따듯합니다. 튀긴 채소의 고소함은 계란과 합쳐져서 더욱 풍족한 맛으로 다가옵니다. 부드러운 오믈렛에 포슬포슬한 식감과 함께 톡 터지는 옥수수알을 먹는 즐거움은 상당합니다. 물론 옥수수를 더한 건 정석은 아니지만 정석의 방식에서 변형을 허용하는 스페인식 오믈렛, 또르띠야 데 파타타는 제법 뭉글뭉글한 녀석입니다.
우리는 매일 늘 '가정식'과 '현지요리'에서 많은 끌림을 느낍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생각나는 이유, 단골집에서 먹는 게 더 맛있는 이유는 '마음'이라는 조미료가 화학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오믈렛의 온도는 엄청 따듯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가게의 매니저 필립의 따듯한 마음으로 충분히 감동했고, 그 맛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제가 만든 오믈렛은 실제로 따듯했습니다. 온도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내가 먹었던 '기억나는 요리'를 가족에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둘의 공통점은 재료만 있는 게 아니었을 것입니다. 좋은 재료를 가진 요리도 살짝의 조미료를 더하면 맛이 끌어 오르는 것처럼, 마음이라는 조미료를 뿌린 요리는 더 맛있고, 든든합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게 당기는 오늘, 스페인식 오믈렛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