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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것 Apr 05. 2021

저물고

1일1시

 

 나무는 가장 빨리 잊혀지는 꿈을 이고 산다

 하늘빛 바람이 문을 두드리면

 겨우내 잠궈놓았던 잠금쇠를 풀고

 가지런히 매달린 햇살이 맨발로 마중 나간다


 향기는 한 때라 찬란하다

 걸쇠가 걸리면

 이내 어둑한 길이 이어지고

 버려둔 그림자만 닫힌 대문을 서성인다


 금방 저무는 나무의 마음을

 영원토록 안고 산다

 시큰거리는 발목을 가지고서


 노을에 살이 익는 내음

 양손으로 소담히 받쳐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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