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시
한참동안 버려두었던 옛 동네에
돼지갈비집 대신에 약국이 들어섰다
동네가 식욕을 잃어가나보다
내 어머니처럼 소화가 안되는 병을 앓나보다
어머니는 왔냐라는 말뿐이다
화도 슬픔도 걱정도 못 알아볼만큼 변하여
살아보겠다는 욕심도 찌뿌둥해져
늘 하던대로 취나물을 짜게 무치고
순수한 것들은 푹 고아져 흐물거리고
푹 삶아진 당면을 허랑허랑 삼키는
아버지 입술의 주름이 낯설다
빠진 이를 내보이는 희끄무레한 웃음이
어쨌거나 내가 기억한 것과 비스무리해서
전이 든 통을 들고 골목에서 숨어 많이 울었다
한참동안 버려두었던 옛 동네의
상해버린 영혼만 빈 놀이터의 그네를 타고논다
왜 말도 하질 않고 모두 몰래 무너졌는가
내가 다 거기에 두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