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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것 Feb 16. 2021

봄이 또

1일 1시


 햇살에 납작하게 말려진 호수

 영글었던 얼음이 시들어버리고

 흰 이불을 걷어내고


 긴 잠에서 기어코 깨어나야만

 하는 불행한 씨앗의 운명이라면

 겨우내 담가놓았던

 연탄불을 기어이 꺼트린다면 

 나는 애써 모른척 없는척

 잠자다 덜컥 죽은것처럼

 
 근데 또

 눈치없이 문을 두드리고

 봄이 또

 모아둔 심야를 조각내려고

 가루내어 풀밭에 거름을 뿌리려고

 기다림이 생활이 된 내게

 봄이 내 옷자락을 끌어당기네

 

 피로한 기쁨에 차서

 봄이 또 같잖은 봄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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