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시
남편과 아이들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곳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 모든 여인들이
자신의 처녀시절과 안녕을 고하는 곳
힘차게 퍼덕거리던 생명들이
사랑이 멈춰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아슬하게, 폭설처럼 하얀 눈을 뜨고서
그 안에서 사랑은 견고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견고한 것들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신혼 초의 풋풋함처럼
첫 걸음마처럼
풀썩 죽어버려 상해버릴 것들이
의외의 계절을 만나 싱싱하다
그러나 어쩐지
그곳에서 허전한 냄새가 난다
상경한 아들의 빈 방처럼
이따금 주말마다 얼굴을 내미는
가장 낯설고도 익숙한 남정네처럼
냉동고 문짝이 열고 닫히며
혼자 마주한 식탁 위에
오랫동안 묵혀둔 사랑이 쓸쓸히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