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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것 Mar 03. 2021

냉동고

1일1시

 남편과 아이들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곳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 모든 여인들이

 자신의 처녀시절과 안녕을 고하는 곳


 힘차게 퍼덕거리던 생명들이

 사랑이 멈춰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아슬하게, 폭설처럼 하얀 눈을 뜨고서


 그 안에서 사랑은 견고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견고한 것들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신혼 초의 풋풋함처럼

 첫 걸음마처럼

 풀썩 죽어버려 상해버릴 것들이

 의외의 계절을 만나 싱싱하다


 그러나 어쩐지

 그곳에서 허전한 냄새가 난다

 

 상경한 아들의 빈 방처럼

 이따금 주말마다 얼굴을 내미는

 가장 낯설고도 익숙한 남정네처럼


 냉동고 문짝이 열고 닫히며

 혼자 마주한 식탁 위에

 오랫동안 묵혀둔 사랑이 쓸쓸히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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