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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Jan 20. 2023

술술술

술은 먹되, 입은 닫자.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팀회식을 했다.

1차 2차 3차까지 쉴 새 없이 달리고 나니 새벽 1.

막차까지 함께했던 동료들과 조심히 들어가라는 인사를 마친 뒤 손들면 보일만한 거리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향해 머쓱이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

반응이 없길래 털래 털래 걸어가 조수석 창문을 두드렸다.

"가세요?"

"아 네. 물론이죠. 잠깐 어깨 좀 돌리고 있느라고, 못 봤습니다."

이미 대부분이 잠들었을 시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사님은 고요한 도로를 달리셨다.


‘띠 띠 띠 띠’

‘띠로리로 링 치-익’

요란스러운 소리에

행여나 가족들이 깰까 긴장한 채로 들어간다.

문을 여는 순간, 따듯한 온기와 고요함이 나를 반긴다.

시곗소리와 숨소리만이 들리는 조용한 집.

식탁에는 남은 반찬이 널브러져 있고, 거실 바닥에는 종이비행기와 , 접다만 색종이가 어지럽게 놓여있다.

처절했던 육아의 흔적이 그렇게 남아있다.

나만 혼자 좋은 시간 보내고 온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해진다.

오늘 저녁은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가족들은 이미 꿈나라로 간 지 오래인 듯, 곤히 잠들어 있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베개에 머리를 뉘었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아님 오래간만에 마신 맥주 탓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온몸에 힘을 풀어보지만 소용없다.

어렴풋이 술자리에서 내가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하' '짧게 한숨이 나온다.

이놈의 술. 술만 먹으면 술 술 어디서 그렇게 얘기가 많이 나오는지.

또 목소리는 왜 그렇게 커지는지.

온갖 시답잖은 얘기를 떠들면서 뭐가 그리 재밌다고 웃어댔는지 마치 혼자 일인극을 하고 온 것 마냥 낯이 뜨거워 잘 수가 없다.

 

“등산 한번 가시죠. 으쌰으쌰 함 해야죠.”

분명 이렇게, 등산 한번 가자고 졸랐던 것 같은데..

개탄스러운 일이다. 신입 때 그렇게 싫었던 등산을

내가 가자고 하는 게, 나이 먹고 술 들어가니 스스로 꼰대가 된 것 같아서.


속상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침몰하고 있는 이 조직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아서.  

도대체 누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서로가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쁜 이 조직에 활기를 넣어줄 방법이 떠 오르지 않아서 고작 생각한 것이 등산, 회식이라서.


하여간..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되는데,

내가 또 무슨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얼굴을 찌푸려가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눈 감고 코끼리 다리 만지는 듯하다.


그저 다음에는 입이라도 닫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을 하는데, 사람들끼리 ‘왜’ 살 부대껴가며, 술 한잔 기울여가며 ‘친해져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은 밤이다.


그저 이 모든 게 시스템의 문제일까.

하. 이런 개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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