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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Jan 28. 2023

돈, 아끼다 똥 된다.

돈 벌어서 뭐 하나, 소고기 사묵지

돈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에는 분명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쓸데는 써야 된다.


시간을 거슬러 내가 결혼 준비를 할 즈음이다.


어차피 한번 하는 결혼식

예식비용도 최소로, 신혼여행 경비도 타이트하게 하자 고 결정했던 우리는 (a.k.a 나는)

6박 7일의 여행일정에서 앞에 3박은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평이 좋은 가성비 숙소를, 나머지 3일은 비싼 리조트를 예약했다. 이때만 해도 1박에 30만 원이 넘는 숙소를 6박 내내 예약하기는 손이 떨렸다.


신혼여행지 숙소를 예약하던 그날 밤.

"자기야 여기 어때? 여기 1박에 10만 원도 안되는데, 별점이 5개야. 평도 엄청 좋은데?"

"어. 그러네. 근데 가격이 너무 싼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평이 좋아서 괜찮지 않을까? 아마 특별할인행사 기간이라 싼가 봐"

"그래. 그렇게 하자."

분명 아내도 동의를 했다. 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미 가격을 보고 눈이 돌아간 나를 보고 배려한 것을 몰랐다.)


경유지에서 비행기가 12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오후 9시경에나 도착한 모리셔스는 온통 어둠에 잠겨있었다. 소금기 있는 후텁지근한 공기를 마시며, 이미 픽업가이드와 만나기로 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게 마음에 걸렸던 나는 대충 짐을 아내에게 맡기고 모리셔스의 작은 공항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생전 처음 와 본 나라에 자기를 혼자 내버려 두고 어딜 그렇게 말없이 돌아다니냐는 화를 내는 아내를 두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결국 우리는 숙소로 가는 내내 작은 봉고에 실려 각자 말없이 창밖을 보았다.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봉고가 내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마치 우리 사이를 대변하는 듯했다.


‘아 그냥 숙소 들어가서 하루 자고 나면 다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빨리 잠이나 자자.‘

요란한 엔진소리가 꺼지고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는 마치 우리의 결혼을 축하하는 듯 개미들이 열을 맞추어 행진을 하고 있었다. 이제 개미들까지 나를 안도와 주다니, 벽에 머리라도 박고 싶었다.

‘아 안 돼 너희들까지..’


숙소를 옮길까 했지만, 호텔 예약사이트를 다 뒤져보니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 이렇게 신혼여행 첫날밤은 개미군단과의 사투로 끝나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나의 신부는 온종일 시달린 탓에 돌침대 같은 매트리스 위에서도 숙면을 취하는 듯했다.

망쳐버린 모리셔스에서의 첫날밤.

이름 모를 풀벌레만이 잠 못 드는 나를 대신하여 열심히 찌르르 울어댔다.


‘내가 미쳤지. 다시는 예약사이트 평점 따위는 안 볼 테다. 싼 게 비지떡이 딱 맞네 ‘


 돈. 쓸 떼는 써야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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