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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고바른 Dec 24. 2023

감히 꿈이라고 말해도 될까

책 읽는 마음

1. 자기 계발


마음을 돌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하게 된 것은 독서였습니다. 전부터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호기심이 닿는 만큼 만족스럽게 독서를 할 수 있었거든요. 처음은 '불렛저널'에 대해 알게 된 일로부터 시작합니다. 'ADD(주의력 결핍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일정관리법을 만들게 된 라이더 캐럴의 <불렛저널>은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 호기심은 이내 다른 일정관리와 관련된 책으로 이어졌고 자기 계발 서적을 많이 읽게 되었어요.


병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첫 번째 이유가 '가족'이었던 것처럼 일정관리에 매달렸던 이유도 가족에게 충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정된 시간에서 회사를 다니며 아이들에게 애정도 듬뿍 주고 싶었거든요. 라이더 캐럴처럼 나에게 맞는 궁극의 일정관리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관련된 책을 마치 수집하듯이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 보니 좋은 책을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았고 나름의 독서 방법도 생겼습니다.


1 회독: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지, 다시 볼만한 책인지 생각하며 읽기

2 회독: 기억하고 싶은 구절, 공감이 되는 부분을 체크하며 읽기

3 회독: 체크한 부분과는 상관없이 다시 평가하며 독서노트 작성하며 읽기


위 방법으로 읽었던 책 중 10권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좌절의 순간마다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던 책들입니다. 언젠가 업그레이드된 목록으로 서평과 함께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을 관리하는 힘을 얻는 10권의 책>
1. 하루 15분 정리의 힘 - 윤선현
2. 1일 1행의 기적 - 유근용
3. 인스타 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
4. 가장 단순한 것의 힘 - 탁진현
5. 원씽 - 개리 켈러 외
6. 시간을 선택하는 기술 블럭식스 - 정지하
7. 루틴의 힘 - 스콧벨스키 외
8.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9.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10. 불렛저널 - 라이더 캐럴
나중에 알고보니 문헌메모라는 독서 기록법이었다.


2. 소설 읽기


그래도 형편이 좀 나은 직장인이라 매일 아침 사무실 책상에서 책을 읽으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노트를 작성하며 하루를 몇 줄의 작은 성취로부터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 모습을 유심히 보시던 한 임원분께서 저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서정이는 항상 자기 계발만 읽더라? 소설도 재미있는 거 많아. 내가 딱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는데."


사실 나에게 소설은 어릴 적 책이 닳도록 읽은, 나의 밤을 밝혀주었던 '셜록 홈스'시리즈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몰래 전자단어장에 넣어 읽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경험이 없었어요. 이야기의 화자가  작가 자신인 에세이와는 다르게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모두 따라가기에는 벅찼던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단편 위주로 읽기 시작했어요. 소설은 뭔가 어려워서요."

"그래? 이 작가는 어려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해 한번 읽어봐. 후회 안 할 거야."


그렇게 추천받은 소설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였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어요. 어떻게 나를 꿰뚫어 보신 걸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말 그대로 '취향저격'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그 안에는 모두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자유롭고 강단이 있었으나 누구보다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였었던 나의 엄마를 떠올리기에 충분했거든요. 그렇게 나의 소설 읽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세 분을 꼽으라면 '정세랑', '김연수', '김초엽' 작가님을 고를래요.

사진: Unsplash의Christian Joudrey


3. 에세이와 작법서


김초엽 작가의 에세이 <책과 우연들>을 읽으면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작법서를 마치 '토템'처럼 가까이 하면 잘 써진다고요. 그 부분에서 어떤 영감을 받은 것인지 소설을 쓰지도 않으면서 작법서 비슷한 것은 모두 모으기 시작했어요. <소설쓰기의 모든 것>,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과 같은 책을 보고 있노라면 소설을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더라고요. 소설은 학생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본 단편 소설 한 편이 전부인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장르는 에세이일 것입니다. 소설가의 에세이를 포함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주제가 많았어요. 올해의 독서를 이어령 작가님의 <거시기 머시기>로 시작해서일수도 있고,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 작가님의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이라는 책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독서를 해나가면서 여러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나는 왜 쓰려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로 부터, '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와 같은 자기 반성적인 생각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네, 어느 순간 쓰고 싶어졌습니다. 감히 꿈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유명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감탄하고 또 눈물지었던 경험들을 되새겨볼때, 나는 너무 작고 형편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글이라고는 '일기'라고 불리기에도 한참 모자란 메모들 뿐인데 어찌 쓰고 누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타고난 글쟁이들 틈에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래 10권의 책을 읽고나면 쓰고 싶어질 겁니다. 그러니 주의하세요.

<글을 쓰고 싶게 하는 10권의 책>
1. 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
2. 왜 쓰는가? - 필립 로스
3.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 대니 샤피로
4.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은유
5.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레슬리 제이미슨
6. 글쓰기에 대하여 - 마거릿 애트우드
7.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 전고운 외
8.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 - 구선아
9. 갈대 속의 영원 - 이레네 바예호
10. 책과 우연들 - 김초엽

얼마 전 김영하 작가님의 강의를 들었다.
탁월한 작가적 재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읽다보면 또 쓰다보면
점점 더 세련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청중을 뚫고 나에게 말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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