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밝고바른 Apr 21. 2024

처음으로 등교했습니다

방송대 출석수업 이야기

주말에 출근한 남편 대신에 아이들과 지낸다고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탓에 이번학기 유일하게 출석수업이 있던 오늘에야 처음으로 등교하게 되었다. 사실 학교는 우리집에서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기가 시작한 지 거의 두 달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다.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우들과 교수님은 어떤 표정으로 맞이해 주실까? 설레는 마음에 너무 일찍 근처에 도착했다. 3시간의 수업을 견디려면 커피와 함께 배를 든든히 해야 될 텐데, 볼일 보느라 아침 외에 오후 3시까지 뭘 먹지 못했기도 했으니 자유부인인 오늘은 근사한 카페에서 멋 내며 먹어야지. 음식이 나오기 전에 공부를 해보려고 이것저것 꺼냈다. 곧 멋진 요리가 나와서야 먹기에도 바쁠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멍하니 먹는 일에 집중했다.

수업 시간을 20분 정도 앞두고 학교를 향해 걸었다. 어째서 항상 학교를 향하는 길은 오르막인 걸까. 종아리 뒤가 당기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내디뎠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강의실 안이 덥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직은 4월이라 창문 정도 열어 놓았겠지. 좀 더 가볍게 입지 못한 것도 후회되었다. 그리고 도착한 학교는 내가 다녔던 학교의 교양 강의동만큼도 크지 않았지만 냄새도 모습도 딱 학교였다. 다시 학생이 된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갑자기 사귄다며 동기 친구가 손 잡고 나타났던, 동아리방에 가기 위에 올랐던 그 계단 같았다. 희미해진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했던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3시 50분, 이전 수업이 끝났을 터인데 강의실 문 사이로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열강 중이신 것을 보니 오늘의 수업이 7시까지 꽉 채워서 하겠구나 애써 미소를 지어본다. 누가 시켜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니 반가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해야지. 내가 들을 강의실은 401호. 학부시절 우리과 강의실도 4층이었다. 단순한 우연이겠지만 인연이라면 이번엔 저 강의실 안에서는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