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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l 29. 2021

새의 사랑

“떠남”

   한 마리 새가 나뭇가지 위에 지은 제 둥지에 앉아 처연히 비를 맞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새끼들이 비에 젖을세라 두 날개로 그 아이들을 꼭 품어 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미 새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미새의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미 새가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야  때가 왔습니다. 어미새는   이상 떨어진  나무에서 벌레를 물고 앉아 새끼들이 제힘으로 날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끼들은 아직 노란빛이  가시지 않은 부리를, 있는 대로 벌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고픔에 울고 있는대도 어미 새는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배고픈 새끼들은 먹이를 먹으러 가기 위해  나무로 날아오를 것을 결심합니다. 퍼덕이다 떨어지고,  떨어지고를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먹이를 물고 그냥 지켜만  어미가 너무나도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다가 새끼가 날아오르게 되자 어미 새는 한없이 기쁜 표정으로 먹이를 얼른 새끼 입에 놓아주었습니다. 새끼는 어미 새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미의  사랑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어미의 최선의 행동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어미 새의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새끼들이 스스로 먹이를 구할 만큼 자라고 숲 그늘도 깊어가자, 어미 새는 지금까지 보여준 숲과 하늘보다 더 먼 곳으로 새끼들을 멀리멀리 떠나보내려고 합니다. 어미 주위를 맴돌며 머뭇거리는 새들에게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정을 접으려는 표정을 짓습니다. 사람이나 새나 새끼들을 곁에 두고 사랑하고픈 건 본능일 텐데, 어미 새는 등을 밀어 보내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눈물도 보이지 않고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새끼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도 않고 매정하게 새끼들을 떠나보냅니다. (새의 사랑/도종환 - 각색함)

   분명 새끼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어미 새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네들이 둥지를 틀고 어미가 되었을 때 그것이 자신을 위한 행동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마치 그들이 날 게 되었을 때, 어미가 그렇게 매정하게 행동한 것을 이해한 것처럼 말이죠. 떠나보내는 것이 그들이 어미가 될 기회를 주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미와 똑같이 행동하게 될 때 그들은 어미의 의도를, 그 속에 숨겨진 사랑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네 부모님께서는 ‘그들의 자리’를 마련하시기 위해서, ‘그들의 자리’를 떠나신 것입니다. 마치 어미 새가 새끼들을 다른 자리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떠남’을 통해서 아기 새는 어미가 될 수 있고, 아이들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양새는 다르지만 ‘부모님의 떠남’을 통해 아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부모님의 고통을 직접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고, 부모님의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그 떠남의 의미를, 부모님의 그 사랑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떠남을 통해 함께하게 되는 그 사랑을 말입니다.




                      *나는 아이입니다. 수채화 물감, 종이 3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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