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수밖에

오늘도 내일도 안녕해요, 우리

by 안기옥

기승전치킨집, 자영업의 무덤

사무실 앞에 김치찌개 집이 새로 오픈했다. '나 새 거임'을 뻔질나게 자랑하는, 지나치게 빛나는 노란색 간판이 눈에 띄어 알아챘는데, 동시에 드는 생각은 '그전에 뭐가 있었더라?' 이디야 커피였나? 샌드위치 가게였던가? 하도 들고나는 집이 많아 기억에 남지도 않고, 아무리 빛 좋은 간판의 새 집이어도 여의도 수십 개의 김치찌개 집 중의 하나인 그곳에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성지인 홍대에서 살아본 바, 가게가 문 닫고 새집이 들어오는 행위는 거리의 일상 풍경이었다. 항상 어딘가는 공사 중이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가게들이 '10% 할인--> 1+1 행사 --> 만원 무제한'의 프로모션 배너를 내걸다, 곧 '임대문의'로 바꿔다는 일도 허다하게 보았다. 매우 비일비재해서 홍대에서 돈 버는 사람은 인테리어 업자뿐이라는 말도 있다. 오르는 물가, 치열한 경쟁, 더욱더 치솟는 월세에 자영업은 인생 망하는 지름길이 되었다.



살려면 일해야 하는데, 일만 하면 죽겠다!

생사고락은 아이러니의 연속

역시 회사원이 답이라고? 그럼 왜 퇴사가 열풍이고, 퇴사 학교가 주목을 받는 걸까. 퇴사를 준비하는 지인이 나를 포함해 대여섯이나 된다(매우 좁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터라, 이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세계 톱이라는 건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될 수 없을 만큼 일반적인 상황이잖나. 비효율적, 비인간적, 전근대적 업무에 우리 노예들은 점점 소모되다, 결국 심신이 마모된다. 숨을 쉬기 힘들어서, 살기 힘들어서 우린 사표를 쓴다. SBS가 <젊은 것들의 사표>를 방영하고, 그게 그토록 회자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률로 죽을 만큼 절망적인 취준생이 넘쳐나는데, 정작 직업을 갖고 있는 회사원은 이러다 죽겠다며 퇴사를 하거나 꿈꾸고, 꿈을 향해 가게를 오픈한 사장님은 죽기 직전에 문을 닫는다. 잠정적 실업자이며, 잠정적 자영업자로서 어디에서도 희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대체 뭘 하고 살아야 할까? 먹고살고 위해선 일을 해야 하는데, (무엇이건) 일을 하면 죽을 것 같으니, 그야말로 삶과 죽음은 동일자이며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당장 내 손으로 연명해야 할 시점부터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했는데, 십 년이 훨씬 넘도록 답을 못 찾겠다. 이생망이 분명하다. 가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경우는 엄마 아빠가 엄청난 부자라서 평생 무위도식해도 문제없거나, 엄마가 아빠가 건물주의 지위를 유산으로 넘겨주는 조건에 한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대부분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나를 위해 박카스를 사주거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글귀를 주고받으며 쓰담쓰담 토닥토닥할 뿐.



Winter is Coming...

성인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호황이란 걸 겪어보지 못한 나/우리는 불안과 비관의 정서를 마음 깊숙이 심어 두고 산다. 그런 회의적인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시점은 찬바람이 불 때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항상 그래 왔다. 이 길고 긴 고통의 한 철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 알 수 없는 '내일에의 걱정'으로 아침저녁 벌렁거리는 심장을 느낀다. 요 며칠 날씨가 추워져서 또 꾹꾹 눌러두었던, 혹은 항상 염두에 두었던 어떻게 살아남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튀어올랐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답이 없다. 이 긴 글을 쓰면서도 뭐라고 낼 결론이 없다. 가장 슬픈 일이다. 그냥 잘 버티는 수밖에.


가끔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서강대교 거지 아저씨의 안부가 궁금하다. 사방팔방 추운 데, 어디에서 몸 쉴 곳을 찾을는지.

추운 나날, 잘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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