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 I <Happy Together>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인생에 불꽃을 피운 춘광사설에 대한 기억

by 안기옥

낯선 도시의 밤은 차갑다.

매일 밤 혼자서 맞는 검은 공기와의 전면전은 항상 심장이 아릴 만큼 짙은 외로움을 수반한다.

그렇게 이국의 도시에 차디찬 어둠이 깔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담배를 꺼내 무는 것이다.

텅 빈 허공으로 검게 사라지는 하얀 연기, 그 속에서 간절히 너를 떠올린다.


나를 떠나겠다고 말했을 때, 초점을 잃고 흔들리던 눈동자.

무심하게 돌아서서 는적거리며 반대편으로 걷던 맥 빠진 걸음걸이.

떠날 곳 없는 나는 하릴없이, 하염없이 그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네가 점으로 작아져 사라질 때까지.


예고 없이 찾아와 쓰러지듯 내 품에 안기던 순간

툭 마음을 내놓듯 너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던 순간

네 연약한 몸의 무게와 익숙한 너의 냄새로 내 가슴은 요동치듯 떨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에 대해, 우리에 대해 말을 꺼낸다면, 너는 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너는 잡은 수 없는 담배 연기 같은, 공기 같은, 그런 존재니까.


네가 아무도 우리를 알지 못하는 아르헨티나로 떠나자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매우 기뻤다.

은밀하고도 격정적인 우리 만의 시공간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막막하고 고독한 지구 반대편이라면, 너는 나에게로만 귀결될 거라 믿었다.

나는 불꽃같은 사랑을 꿈꾸었다.


꼭 깍지 낀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힘껏 끌어안은 내 두 팔 사이로

그러나 너는 또 사라져 버렸다.

제발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너는 잡을 수 없는, 그런 존재니까.


네가 매일 밤 램프에 비춰보던 이과수 폭포에 결국 나 혼자서 당도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경이로운 폭포수의 장관이 외려 슬프게 보였다.

그저 네가 간절히 보고 싶었다.

나는 왜 붙잡을 수 없는 너를 이토록 그리워하는가.


익숙한 어둠 속에서 어김없이 담배를 문다.

눈 앞에서 타들어가는 담배의 불빛은 내가 깊이 들이쉴수록, 호흡할수록 더 빨리 사라진다.

불꽃은 이리도 쉽게 사라진다.

짧은 격정이 그렇게 연기로 날아간다.

내가 꼭 붙잡으려 할수록 더 빨리, 더 멀리.


...

내가 붙잡고 싶었던 건, 과연 너일까?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의 기억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EP9SOxIFt4s

<Final Tango Apasionado>

***스킨 사진은 네이버(Naver) 영화의 <해피투게더> 포스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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