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_1

- 핸드폰으로 개그 프로그램 보기-

by 은연중애

브런치에 글쓰기를 미적 미적대면서 안 쓰는 일이 요즘 다반사가 되고 있다. 브런치 입성 처음 6개월까지는 열심히 했으나, 점차 쓸만한 이야기도 떨어지고, 일상에서 나의 생각을 산만하게 만드는 일들은 항상 발생하고, 또 글을 써도 조회 수나 라이킷 수도 많지 않으니 점점 마음이 낙심되면서 이래저래 글을 쓰는 일에 게을러졌다.


이럴 때 반드시 날아오는 메시지가 있다.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그러면 화들짝 놀라서 평소 메모해 두었던 것들을 끄집어내어 얼기설기 모아 숙제처럼 글을 쓰게 된다.

‘그래. 조회 수가 얼마가 되든 상관없어! 글 쓰는 근육을 기르는 거야! 연습이야, 연습! 굳이 잘 쓸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어!’ 내 마음을 다독인다.

이 간단한 메시지가 에너지가 되어서 나를 쓰게끔 움직인 것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나는 언제 움직이는가?

무엇이 나에게 기운을 주는 가?


이것을 찾아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에너지를 잃을 때, 이 기록을 읽어보고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1. 핸드폰으로 개그 프로그램 보기]


그 첫 번째 시도로 ‘아침에 잠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생각해 봤다.

직장 다닐 때는 싫건 좋건 아침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의무가 하나의 에너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은퇴자가 된 지금 반드시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나는 자주 한밤중에 깨어서, 살아온 나이 수만큼이나 많은 염려, 걱정에 짓눌리곤 한다. 발끝까지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들다.


속이 안 좋은 날, 날씨가 아슬아슬 추운 날, 돈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픈 날, 꽃도 피기를 멈춘 흐린 봄날, 혼자 있는 날, 어디를 둘러봐도 기쁨이 얼굴을 감춘 날,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을 아무리 먹어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은 날, 누워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개그 프로그램을 넋 놓고 봤다.


‘라디오 스타’의 웃긴 이야기에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눈물 자국 없는 몰티즈’라는 별칭이 붙은 장항준 감독의 입담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웃는 얼굴을 보면 나도 웃게 된다. 바로 옆에 지금 웃는 사람이 없으면 이렇게 동영상을 통해서라도 웃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풀린다.

한참을 무념무상으로 따라 웃다가 어느새인가 몸을 한번 움직여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커피 한잔 마셨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책꽂이, TV 장식장의 먼지를 닦아내었다. 그리고 함께 마음도 씻고, 닦았다. 서서히 마음에 시동이 걸렸다.


웃는 얼굴 보는 것.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서라도 웃은 것이 마음도 움직이고, 몸도 움직였다.

움직일 에너지가 없을 때 기억해 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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