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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e Jun 07. 2023

낮잠

여름 풍경아래, 책 읽다 잠든 날

우리 집에는 빈 방이 하나 있다.

원래는 오빠의 방이었는데,

오빠가 결혼하면서 옷방 또는 서재로

두루두루 쓰이는 공간이 되었다.


그 방에는 굉장히 큰 창이 나있는데

창 너머로 산과 동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특징이다.


저번 주 주말,

옷을 가지러 방에 들어갔다가.

창 밖 풍경에 깜짝 놀랐다.

파아란 하늘 아래 진한 초록 풀들이

풍성히 자라 넘실거리고

따뜻한 햇빛에 반짝거렸다

그 채도 높은 풍경은

여름을 실감하게 했다.


여기서 책 읽으면 딱이겠다.

낮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생각났다.

햇빛이 조금 사그라든 늦은 오후에

침대에 기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풀향기가 느껴졌다.

왠지 책도 잘 읽히는 기분이었다.

책 속 내용에 빠져들어

페이지를 술술 넘기다 보면

짹짹 새소리가 들렸다.


완벽하게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50페이지에 다다를 무렵,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뒷 내용이 궁금한데....’

잠에 들지 않으려 애써봤지만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왔다.

그래서 책을 잡고는

못 이기는 척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깜빡거리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며

서서히 잠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엄청난 행복을 느꼈다.


그 순간만큼은 좀 더 잘살자고

따지고 애쓰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이어서 멋지고 비싼 일들 말고도

이렇게 내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거란 기대감에 잠깐 빠졌다.

그리고 이런 여유가 있음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그 날 만큼의 행복감을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도 자주 그 방에서 책을 읽을 예정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또 하나 찾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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