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은 Dec 27. 2023

프롤로그

길이 바뀌는 순간

이빨이 어금니까지 온통 새까맣게 변하는 꿈을 꾼 다음날,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빨이 는 꿈은 흉몽이라더니...'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날 이후, 누군가 나에게 ‘당신 인생의 전후를 무엇으로 나누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은 이빨 꿈을 꾼 날이요.’라고 말할 만큼 그 기억이 선명하다.

그 후로, 15년이 지났다.

꽤 오랜 기간 약을 복용했지만, 결국 단약에 성공하였고 내가 공황장애를 앓았던 일은 그저 그러한 일이 있었구나라고 할 만큼 대수롭지 않아 졌다.

내 나이 마흔 가까울 무렵,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위의 두 아이들과 나이터울이 각각 9년, 7년이 다.

한동안은 그 아이 덕분으로 아이가 둘이었을 때와 셋이었을 때의 인생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10년을 아우르는 터울 육아는 어떤 모습인지 만약 누가 물어온다면 사흘밤을 새워서 알려줄 만큼의 서사가 쌓였다.

그리고 몇 년 후, 남편이 10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경제적인 부분에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놓자고 나름 노력을 했지만, 아직 우리 부부가 너무나 젊었고, 아이들이 한참 어렸기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단 한 번의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 지면을 디디고 있는 발밑 흔들리는 기분으로 한 달 가까이를 보내면서 대체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또 얼마나 있을 예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니 난 꽤 잦은 인생의 전환점들을 굽이굽이 돌아오고 있었다.

미처 그것이 전환점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그저 삶이 이끄는 손을 잡고 잰걸음을 쫓아 이만치 와 있었다.     

일단 가봐야지, 별수 있나     

내가 숨이 가쁘게 걸어오다 굽어진 길을 만나면 외쳤던 말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렇게 지나온 길들은 추억으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여정에서 우리를 이끌어가는 특별한 순간들, 그 순간들을 우리는 인생의 전환점,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의적인 선택이 허용되는 상황도 있지만, 타의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인간은 그 기로에 서서 아주 가끔 최고의 선택을 하고, 대부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잊지 못할 최악의 선택도 한다.

그리고 어떠한 선택이 끝나 다시 인생의 여정을 이어나가게 되면, 결과가 무엇이든 "삶은 ㅇㅇ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고 말하는 경험을 갖는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

우리의 선택을 요구하는 새로운 길들 위에는 예측이 가능한 일들도 있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 삶의 전체를 흔드는 일들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하는 일과 떠나고 싶지만 그대로 남아야 하는 일,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는 순간들과 기적적으로 호전되는 순간들...

예측이 가능한 순간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력을 부여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순간들은 도전적이고 힘들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새로 정하는 기회를 준다.     

이러한 모든 순간들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우리의 강인함과 대처능력을 시험하며,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시킨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터닝포인트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던 길을 바꾸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이다.


터닝포인트는 단순한 ‘길의 교차로’가 아니다.

우리의 내면과 외면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이다.

이 연재에서는 내가 각각의 터닝포인트에서 얻은 깊은 교훈과 성장의 열쇠, 그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