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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May 01. 2023

서른엔 혼자 삽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2019년 회사에 면접을 보던 때 난 참 행운아였다. 내가 면접을 보기 1달 전에 나의 본가 근처로 회사가 이전을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직주근접 직장인'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회사 근처에 있는 집이 본가라고 하면 동기들로부터 적잖이 부러움을 샀었다. 그도 그런 게 직주 근접에 본가에 있다고 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직주 근접 본가에 살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
- 교통비(약 100,000원)
- 주거비 및 생활비 절약(약 500,000원)
- 짧은 통근시간(약 15분 거리)로 확보한 시간
- 본가에 살며 얻을 수 있는 생활의 편안함(집안일 분담 등)
- (자취를 한다면) 본가에 찾아가는 시간 및 자원
- 기타 등등

이외도 따져보면 무수히 많은 혜택(?)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었고, 덕분에 행복한 환경 속에서 5년 정도 근무를 했었다. 


30살이 되면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기에 1년 간 독립을 보류했다. 올해 집이 이사를 간다고 하던 어머니의 말이 나의 독립생활을 결심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올해 4월에 집을 계약했다.

 

그래도 멀리 가는 게 아닌데 왜 좋은 조건들을 버리냐고 하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나가서 고생을 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주변의 반응에도 나는 아래의 이유 등으로 자취방을 구하고 싶었고, 사서 고생해 보기로 결심했다.    


1. 결혼 전 얻고 싶었던 것들

 친한 친구들도 몇 개월에 1번씩 만나는 요즘, 부쩍 청첩 모임이 늘어났다. 한 달에 많으면 4번, 적게는 2번 정도 매달 나가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22년에 결혼율이 9.8% 떨어졌다는데 다시 한번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나도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결혼을 하기 전 얻고 싶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선 자취가 필요했다.


① 생활공간에 나의 색깔을 불어넣기

본가에서 내가 생활하는 공간은 3~4평 남짓한 나의 방뿐이었다. 그 마저도 침대와 책상을 놓고 나니 생활을 위한 거동을 제외하고는 나의 물건들을 놓을 수 없었다. 내가 만든 포스터, 내 사진들, 트래커 도구 등 몇 가지의 소품이 채워지니 나의 것들로 공간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본업도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지라 나의 공간에 소품으로써 더 나를 드러내고 싶었기에 공간을 넓히는 것을 선택했다.

ⓒ 맹그로브 <공간을 가꾸는 것은 나와 내 일상의 시간들을 아끼는 일이에요.>


② 집안일 라이프사이클 만들기

본가에 살기에 좋은 점은 집안일을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좋지 않은 점은 집안일에 대해 느슨해진다는 점이다. 굳이 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세우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정립해야 할 때가 되었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전에 식사, 빨래, 다림질, 청소 등 나만의 집안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이후 둘이 되었을 때 각자만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분담하고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무엇이든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미리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 나만의 집안일 사이클 만들기도 지금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


2. 가장(家長)이 된다는 것

 자취가 처음이냐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다. 대학생 때 4년 동안 자취를 하기도 했었고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부모님의 지원 아래에 잠시 나와있던 것뿐, 이제 혼자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나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나올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나 환경적인 것은 사람의 심리를 지배한다고 하던가. 집의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으로 산다면 혼자가 되면서 살아나는 감각을 더 늦게 느낄 것 같았다.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끝이 없는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는 것과 같다

① 나의 현 위치 파악하기

집을 계약한다고 하면 나의 자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내가 살 수 있는 집과 없는 집을 판단한다. 이때 내가 모은 돈을 파악하고 이제는 어떻게 모아야 할지, 무엇을 줄여야 하고 무엇을 늘려야 할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의 소비 습관을 재정비하고 어떻게 지출하고 저축해야 할지 방향성을 잡는 순간이 되었다.


② 현실적으로 세워지는 2년마다의 계획

보통 집의 계약은 2년 단위이기에 2년 이후에 살고 싶은 집을 생각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물욕이 없지만 집에 대한 욕심만큼은 컸던 나였기에 방을 구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집을 키워야 할지,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들을 하면 되는지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눈에 차이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삶의 미션이 되면서 점점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독립을 한다는 것은 실이다. 하지만, 나가서 살게 됨으로써 바뀌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더 독립적으로, 더 정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서 고생은 해봄직하다.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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