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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May 05. 2023

번아웃과 친구먹기로 했습니다.

올해도 만나서 반갑진 않았고 내년에 또 보긴 싫다.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이다. 객관적인 정보를 섞자면 1년 동안 평균 걸음 수가 1만 8 천보 이상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마라톤, 테니스 등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기에 평균적으로 체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많이 움직이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식습관을 의심해 보자..

자칭 체력왕인 나조차도 매년 힘들게 조우하는 놈이 있다. 잘 살고 있는 와중 불현듯 찾아오는 놈이다. 유독  대화하는 것도 피곤한 날들이 있는데 말할 힘이 잘 나지 않는 그럴 때, 1주 정도 지속되면 슬슬 깨닫는다. "올해도 올게 왔구나." 번아웃이라는 놈이다. 매년 이 고약한 친구는 해마다 나의 1개월을 앗아가곤 했다. 예전엔 번아웃이 오면 나의 현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에너지를 못 주는 것은 아닐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고 싶다."등 나약한 생각이 들 수록 더욱 그랬다.


하지만 번아웃을 매년 마주하면서 그 친구는 "내가 나에게 신경 쓰지 않으면 찾아오는 친구"란 것을 깨달았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일 수도 있겠으나, 고민이 많아져서 생각하기 싫은 것과 이유가 있는 무기력증은 다른 의미라고 생각했다


번아웃은 찾아온 게 아니라 사실 내가 불렀던 것이었다.

4월 1일부터 시작했던 행사가 있어 3월 동안은 잦은 야근을 했었고, 2주 동안 출장을 갔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땐 9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손에 꼽았고, 3월 중순부터는 약 2주간 호텔을 잡아 현장에서 출퇴근을 하며 시공을 진행했다. 


그때는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오후 6~7시 퇴근, 그리고 저녁에는 시공해 주시는 전시팀과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 그 이후에는 호텔에서 필요한 데스크 업무를 처리했는데 모두 끝나면 밤 12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6시 출근,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그런 일정에서 저녁에 매일 술을 마시니 피로는 풀리지 않았고 몸은 무거워지는 악순환이 이루 젔다. 어쩌면 번아웃이라는 친구를 빨리 오라고 내가 자초했을 수도 있겠다. 그 친구는 불현듯 찾아온 게 아니라 나의 부름에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만드는데 내 건강은 허물어지게 했던 것은 아닐까

그 친구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불렀던 그 친구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살피지 않아서 생긴 문제는 나를 더 보살필 때 사라지곤 했다. 몇 번의 번아웃을 거치면서 힘든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특효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건 쉽고 간단하지만 어려운 진리의 방법이었다

[번아웃 없애는 방법]
① 1주에 5회 이상 땀 흘리면서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② 19시 이후로는 물을 제외하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

짜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하기 쉽지 않은 진리의 방법이다. 번아웃이 올 때면 운동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위 방법을 실천하기 굉장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몸의 컨디션이 괜찮아지는데 위만 한 특효약이 없다. 1주일만 위 방법을 지킨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운 몸으로 상쾌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겐 저 방법이 번아웃을 되돌릴 특효 방법이었다.

5월엔 20km 하프 마라톤을 신청해 놨다.

내 몸의 컨디션을 지키는 것도 나의 역할 중 하나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책임질 일과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아니 어쩌면 나의 삶에 더 집중하기에 해야 하는 것들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왕자가 드러나는 몸을 가지고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처럼 누가 봐도 건강한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나의 일상의 미소를 지킬 수 있는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지금 피곤하다면 지금까지 내가 나를 더 돌보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생각하지 않으면 번아웃에게 오라고 손짓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번아웃이 왔다고 하더라도, 친구처럼 받아들이자. "너 이번에도 왔구나, 이번에도 보내줄테니까 당분간 오지 말아라."라는 마인드로 최대한 빠르게 보내주는 게 일상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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