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거 먹고 보고 돌아다니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오늘도 유튜브를 켠다. 유튜브를 켜니 SNL의 MZ오피스 클립이 나타난다.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을 킹받게 하는 새로운 신입사원이 등장했나 보다. 주현영이 우수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도 너무 재밌다. 어느 순간 다음 영상이다.
이번에는 내가 재밌게 보는 서준맘의 클립이 등장한다. 인싸 젊줌마의 찜질방 상황극이다. 서준맘의 부담스럽고 과하지만 중독되는 억양은 들을수록 머리에 맴돈다. 서준맘이 올린 콘텐츠가 있나? 찾아봐야겠다.
다시 다음 콘텐츠다. 신입사원 레전드 모음집이다...
(중략)
어.. 왜 벌써 2시간이 지났지?
정확히 유튜브를 켜고 나서 3분 만에 이루어진 나의 생각 변화 흐름이다. 한 가지 주제에 1분 남짓의 생각을 하고, 깊은 생각을 하기 전에 새롭고 자극적이고, 재밌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어찌 보면 현대인이 깊은 생각을 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정신의학과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짧고 강한 자극만에 반응하게 되는 "팝콘 브레인"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짧고, 자극적인 영상의 트래픽이 잘 나올수록 기획자들은 더 짧고, 더 자극적인 영상 클립을 만들게 될 것이므로 미디어 환경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짧게 변할 것이다. 실제로 2023년도에 발행한 오픈서베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명한 숏폼 콘텐츠의 평균 시청 콘텐츠 개수는 평균 13개 클립 정도이고, 시청 숏폼 콘텐츠 길이는 약 45초 정도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클릭하기만 해도 20~30분에 가볍게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져 가는 현대에서 '갓생'을 원하는 현대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쾌적한 두뇌와 높은 집중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간단하고도 자명한 의식적인 행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의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을 빼려면 적게 먹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아래에 있는 지침들은 우리들에게 부모님의 잔소리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지 우리의 집중력은 조금이라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혹은 방해할 수 있는 환경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다음 것들이 있을 것이다.
1) 업무환경 주변 정리하기
나의 주변을 내 방식대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일반적으로(대개) 정돈되지 못한 공간에 있는 사람이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아닐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내 주변에 있는 공간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어질러져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리한 후에 책상에 앉아보자.
2) 방해하는 환경 모두 제거하기
내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알람이 있거나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이 있다면 무음 모드로 놓고 내가 보이는 환경에서 기기를 치워두자.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될 행동 때문에 당장 해야 할 업무를 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인 행동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3) 적절한 배경음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50~70db 정도의 백색소음을 들었을 때 아래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집중력 47.7% 향상
- 기억력 9.6% 증가
- 스트레스는 27.1% 감소
- 학습시간 13.63% 단축
백색 소음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의 음악이면 된다. 나의 경우 재즈 플레이리스트나 로파이 플레이리스트를 작게 틀어놓곤 한다. 단,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음악을 튼다거나 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2~3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계속 틀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실행을 위한 첫 번째 행동지침은 계획이다. 해야 할 과업을 설정하고, 그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본다. 이때 그 과업에 필요한 시간은 보수적으로 잡는다. 사람이 계획할 때는 자신의 효율성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나 이 글을 읽는 우리들은 높은 확률로 계획한 대로 효율적인 사람들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3시간 정도 시간이 들 것 같다고 하면 4시간으로 잡는다.
그리고 그 집중할 대상의 행동이 구체적인 거라면 업무를 쪼개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5P짜리의 영화 감상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면, 개요를 짜고 그 개요에서 작성해야 하는 부분을 나누어보자.
실제로 이전에 발행한 엘리멘탈 후기를 작성할 때 이렇게 업무를 쪼개 글을 발행했다. 보통 한 업무에 1시간 이상 걸릴 업무라면 프로세스를 쪼개서 업무를 처리하는 편이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업무처리 방법은 뽀모도로 학습법인데, 그 이유는 집중력이 짧은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집중법이라고 생각해서이다. 구글에서 업무 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타이머라고 알려진 이러한 집중방법은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구글담이 생겨날 정도로 실행해 보면 의외로 효과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1. 25분 타이머를 설정한 후 그 시간만큼 해야 할 업무에 집중
2. 타이머가 끝난 후 5분 간 휴식
3. 25분 집중과 5분 휴식을 4회 이상 반복.
25분 동안 집중 시간을 설정해 두고, 만약 25분간 집중이 잘 된다고 한다면 그 시간을 늘려가도 좋다.
이렇게 계발한 우리의 집중력은 우리의 감각을 서서히 깨워나간다.
똑같은 시간을 지내고,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자극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에게 들어오는 "인풋"은 다를 수 있다. 지나가다가 발견한 가게의 입장 문구에서 영감을 발견한 사람도 있겠지만, 하루 종일 밖에 있어도 피로만 몸에 지닌 채 지친 몸과 함께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영감은 우리의 감각에 의해 떠오르기 때문에 우리는 그 감각을 실생활에서도 잘 키워가야 한다. 오늘도 숏폼과 자극에 휘둘리는 아마존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생각보트를 견고하게 만들어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