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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Oct 27. 2023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는 법

도쿄의 10일 여행을 통해 얻은 30대 직장인의 기억법

덜컥 10일 동안의 휴가를 받았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일한 시간만큼 휴가로 주는 강제 워라밸(?) 지향적 회사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을 해야 한다면 쓰지 못한다.(쓰지 못할 때는 시간만큼의 급여를 계산해 지급한다.) 실제로 작년엔 약 200시간의 휴가를 쓰지 못했다. 그렇기에 올해는 아예 미리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7일의 휴가를 내어 약 10일의 도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갑자기 긴 휴가를 받게 되어 설렘 이후 스멀스멀 올라온 생각

어딜 가고 뭘 기억해야 하지?


직장인으로서 10일 동안 휴가를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기에 이 시간을 많이 기억하고, 어떻게 기록해야 하나 많이 생각한 결론은 "감상에 대한 기록물"이었다. 기억을 정제하고 감상을 구체화해서 남겨두는 여행의 기록, 기록이 많을수록 나는 내 여행에 대한 추억거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당장 어제 먹은 것도 기억나지 않는 나는 더욱 기록의 중요함을 크게 느끼는 바였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사람들은 10분부터 기억을 잊기 시작해서 1개월 후 80%의 감상을 잊어버리고 만다. 지난 여행을 기억할 때 우리는 1차적으로는 찍은 사진을 보고, 2차적으로는 내가 남긴 감상(기록물)을 보고, 그리고 3차적으로는 되돌아볼 때 드는 나의 감상을 통해 그 여행을 다시 느낀다. 다시 말해 많이 남겨둘수록 내가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체크포인트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각 여행지의 모습들을 남겨두고, 나만의 기록콘텐츠로 남겨두고자 했다. 하지만 휴가의 주 목적인 "휴식"은 제일 1순위로 충족하기로 생각했다. 기록을 일로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그리고 그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하는 것, 그 기준으로 나는 도쿄 여행을 떠났다.


그럼에도 목적은 있어야지 


그럼 이제 "뭘 기록해야 할까?"의 영역이었다. 도쿄라는 장소는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었다는 사실에 가보고 싶었고, 오사카와 후쿠오카, 삿포로를 모두 다녀온 나는 어떻게 그 차이를 느낄까 궁금했었다.


그래서 도쿄에서 가보고 싶거나 경험하고 싶은 장소나 음식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다이칸마야 츠타야 서점

하코네 료칸

디즈니 씨(전국에 유일하게 도쿄만 있는 곳)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미식 경험(츠케멘, 오코노미야끼, 카이센동, 오코노미야끼)

주요 랜드마크의 디테일이나 시스템

드디어 10일 여행 계획의 갈피가 잡힌 느낌, 지극히 P에서 J로 변한 나는 위의 가이드를 따라 하고 싶은 대로 숙소를 옮기고 이리저리 다니면 될 터였다.

 

찍고, 기록하고, 나누자.


① 나만의 시선으로 일단 많이 찍어보기

(좌)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중앙) 하코네유모토역 인근 도시 (우) 도쿄 디즈니랜드의 밤

다양하게 찍은 사진들은 나의 감상을 도우는 재료들이 된다. 20대 초반에 여행에서는 찍어도 잘 보지 않는다는 핑계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30대가 되어서는 잘 찍어야 다시 보게 되고, 다시 보게끔 잘 찍으려면 많이 찍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내가 공유한 어딘가를 보고 다른 이가 여행을 한다면 공유의 기쁨은 덤으로 불어난다.


② 찍을 때의 감상을 남겨두기

재료는 쓰일 때 맛있는 요리로 다시 태어나는 법, 사진을 이용해 나만의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나 또한 도쿄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들을 블로그에 하나씩 쓰고 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도쿄 여행 6일 차이다. 여행 중간에 기록의 시간을 갖는 것도 오랜 여행에서 오는 향수나 허무를 삭힐 좋을 방법이다.


③ 기록을 나누기

나만 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일기를 쓰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만 기록을 하다 보면, 적절한 보상이 없어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록은 공유함으로써 명시화되고, 나는 그 명시를 위해 감상을 구체화하고 다듬게 된다. 공유를 위해 나의 감상을 깊게 생각해 볼 수도, 그 생각에 대한 답을 도출할 수도 있다. 결국은 나를 위해서 공유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록은 나누어짐으로써 가치가 무한히 확대되기에 필요하다. 타자가 나의 글을 볼 때, 그 의미가 확대될 수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재생산될 수도 있다.


기억을 물성으로 가져갈 수 있는 물건 구매하기 


그리고 내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성이 있는 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기억을 오래 추억할 방법 중 하나이다. 토트백과 크로스백을 즐겨 드는 나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포터의 크로스백을 구매하여 한국에서도 도쿄의 여행 기억을 계속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 instagram @porter_yoshida_co.official

결국 기록하기에 기억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내가 기록하는 대로 기억되고 그 기억으로 인해 다음의 여행, 다음의 휴가가 기대되는 것이다. 여행으로 기록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비단 이것은 여행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추억을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깊이 간직하고 그 기억으로 인해 삶이 풍족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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