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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Mar 03. 2024

해단식 ①_숫자의 늪으로 빠져드는 해단 준비

결국 모든 것은 수치로 남겨야 한다.

이제 2주 뒤면 대외활동의 마무리인 대망의 해단식을 앞두고 있다. 대외활동 운영자의 손가락은 해단식을 앞두고 더욱 분주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닥, 타닥, 타..타다닥,타다다닥... 타닥


흡사 모닥불 ASMR 같기도 한 나의 타건 소리를 듣고 옆에 있는 배 인턴은 나에게 물어본다. 

"매니저님 화나셨나요..?"

"아.. 팀장들한테 최종보고서 수치 제출 요청하고 있었어요. 10개 팀 팀장들이랑 한 번에 얘기하려니까 바쁘네요.." 


해단식에서는 최종 우수 팀을 발표하게 된다. 우수 팀을 선정하기 위해선 수치적인 기준에 따라 우수팀을 선정하고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각 팀장들에게 수치 보고서 제출을 요청하고 있었다. 공지 채널을 통해 노티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리마인드 하지 않으면 제출 시기보다 늦는 경우가 꼭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영자의 입장이라면 늦게 제출할 수 있는 리스크를 꼭 생각하고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제출이 늦는다고 해서 해단식 일정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연락을 마친 후 하나둘씩 최종보고서가 들어온다. 지금까지 했었던 모든 홍보 활동들의 수치가 정해진 양식에 따라 메일이 들어오고 있다. 제대로 양식을 지켜 입력했음을 간절히 바라면서 제출 파일을 연다. 아뿔싸. 역시나 아래와 같은 자료의 유형들이 많이 보인다.


[결과보고서 작성 시 자주 실수하는 케이스] 

① 숫자로 기재하지 않고 "00건"으로 기재해서 수식 합산이 되지 않는 수치를 기재한 경우

② 기재가 필요한 콘텐츠의 수치를 제외하고 작성한 경우

③ 양식 자체를 변경하여 전면 값 재조정이 필요한 경우


등등 굉장히 다양한 오류 건들 이 보인다. 100명이 넘는 활동자들의 오류를 다 따져보고 다시 제출해 달라고 하는 시간만 해도 꼬박 하루가 든다. 하지만, 이 수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개인 우수자와 우수팀을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받고 정제하는 것은 해단식을 준비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콘텐츠 제작과 미션 수행들의 "활동 결과"가 "총 홍보 수치"로 치환되어 표현되기 때문이다. 좋아요 2개, 댓글 5개라도 중요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수치를 취합하고 각 팀별, 개인별 홍보 수치를 정리한다. 혹시라도 엑셀 수식이 잘못 걸려있거나, 오류가 없을지 다시 한번 체크한다. 결과에 오류가 없도록 크로스체크와 더블 체크 과정을 거쳐 우수 팀과 우수 개인의 명단을 뽑는다. 


우수자를 선정하는 것은 이전에 진행했던 미션의 홍보 수치와 퀄리티 등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평가가 진행된다. 단순히 감으로 인해서 우수자와 우수팀을 선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쿼터별 미션 수치와 발표 점수 등 다양한 운영국의 평가 기준을 토대로 각 팀을 점수화하여 1등부터 10등까지의 수치를 메긴다. 


모든 걸 수치화하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가끔씩 수치화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굉장히 불공정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  A라는 활동자는 개인 활동을 굉장히 우수하게 하는 활동자이지만 팀 활동의 점수는 낮을 경우가 그러하다. 그렇기에 우수자와 우수팀을 나누어 평가하는 것은 혹시나 모를 불공정한 포상을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철저히 '수치화된 활동 결과'를 만들면서 활동자들이 체감하는 '개인적인 성과'는 어떨까 생각했다. 우수상을 받는 것은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한 줄로 자리할 수도 있겠으나, 오늘날 대학생 포트폴리오엔 그 우수상 한 줄은 인사담당자에겐 큰 메리트로 적용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을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활동으로 평가하는 활동자들이 많음을 알고 안타까워했다.


성과가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한 경험은 나의 자양분이 된다. 결과보단 활동에서 어떤 느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화합을 이끌어냈고, 어떻게 맘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며 맘에 드는 결과물로 개선할지 해내는 과정 자체. 그 자체로 활동의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던 와중 최종 우수자와 우수팀이 결정되었다. 초반엔 결과물의 퀄리티가 부족했지만 마지막 결과물에선 크게 퀄리티가 올라간 활동자를 공동 우수자로 선정하길 결정했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있었다. 활동이 끝나가고 있었고, 나는 해단식 준비를 끝내가고 있었다.



위 글은 과거에 대외활동을 운영하며 실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변형, 각색한 내용으로 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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