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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Mar 10. 2024

해단식② 미션을 수행하며 배운 건 나였더라

모든 미션이 끝나는 시점에 꺼내든 대외활동의 소회

이제 해단식 당일이다. 해단식 MC는 다행히도 아나운서를 섭외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아나운서가 오기 전 전체적인 안내는 내가 담당하여 진행을 맡았다. 해단식을 연출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세팅한 대강당에 성큼성큼 올라간다. 걸음걸음에는 해단식까지만 하면 이 활동도 끝이라는 기대감과 복잡 미묘한 설렘이 녹여져 있다. 

설레는 건 활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해단식에 자리한 활동자들의 얼굴의 대부분에는 옅은 미소가 심어져 있다. 이제 끝난다는 안도감과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깃든 입가로 반갑게 인사한다.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한다. 조금은 익숙해진 MC 톤으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전체적인 일정 안내를 진행한다.  해단식에는 지금까지 진행했었던 미션 수치들의 총합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활동했던 미션들을 주마등처럼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순간최종 우수자와 우수팀 선정, 축하공연의 순서로 진행한다. 


첫 만남인 면접부터 월별로 진행했던 미션들이 하나둘씩 지나간다. 전체 활동을 3분 내지로 압축한 영상을 시청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활동자들도 있다. 활동자들마다의 소회는 다르겠지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활동을 되돌아보았을 때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찡함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생에서의 찡함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소중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운영자인 내가 찡함을 느꼈다. 웅장한 BGM과 함께 시상식 영상도 트니 제법 분위기가 났다. 그렇게 거의 해단식이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순서인 운영국 인사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안내라고 하니, 괜히 나도 웃음이 지어졌다. 환희의 웃음인지 어색한 웃어 보임인지 모를 얼굴로 마지막 소회를 전했다.


"6개월 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까지 한 수많은 미션 제출과 수치 취합,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까지 "고생"이란 2음절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들을 해주셨습니다. 각자가 느낀 점은 다르겠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이 활동을 운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뿌듯했습니다. 감사합니다."


30% 진심과 어늦어도 감동적으로 이야기해야지라는 40%의 기지, 그리고 30%의 가식이 담겨있었다. 너무 입에 발린 말처럼 느껴져서 나조차도 가식적인 사람처럼 자각했지만 그래도 이제 해단식이 끝나니 아무튼 좋았다. 사실 좋은 순간보다 힘든 순간이 많았고 지치는 순간이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이 끝나는 자리에 서 있으니 내가 느꼈던 고통들이 지금 와서야 잘 버텼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활동 기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텍스트가 발표 화면으로 띄워지고, 정말 모든 활동이 끝이 났다. 결과보고서 작성과 정산 업무가 남아있지만 그건 지금까지 한 내용을 정리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나에게 남은 것은 후련함과 통쾌함이었다. 


수개월 간 개인 미션과 팀 미션을 완수한 활동자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는 문장이 장난스러운 밈이 된 것처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자아가 형성된 회사에서조차 힘든 일들을 대학생 때 경험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외활동은 그 쉽지 않은 것을 도전하고,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하기 싫지만 하면 좋은 것들을 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래와 같은 이점들이 있다,


[활동자의 이점]

① 비슷한 열정을 가진 또래끼리의 네트워크 형성

- 활동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선발된 사람이기 때문에 열정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될 수 있다. 학교 네트워크를 벗어나서 형성되는 이러한 관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해진다.


② 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나간다는 것

- 대학생 때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나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도움이 된다. 대부분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희망하는 활동자들만 대외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내가 어느 브랜드의 서포터스를 하느냐에 따라 그 분야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분야는 건설이나, IT 등 전 산업에 걸쳐 다양하게 있다.


③ 결과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

- 어찌 됐던 높은 홍보 수치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회사의 실무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회사에서도 기획팀과 디자인 팀, 그리고 행사팀이 나누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협업한다. 협업이 잘 될 수도,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소위 말하는 빌런이 있을지라도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따라 그 경험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필자도 빌런에게 과제를 수행시켰던 사례를 실제 입사지원 자기소개서에 녹여내기도 했다.


④ 현업 실무자와의 관계 형성

브랜드 대외활동은 활동자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가고 싶었던 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면 좋을 부분들을 가감 없이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직자와의 커피챗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운영자의 경우도 다양하게 느낀 점들이 많은데, 장리 하면 아래와 같다.


[운영자의 이점]

① 감도 높은 커뮤니케이션

활동자의 미션을 취합하고 취합한 결과물을 브랜드 담당자에게 전달하며 감도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대화의 무드도 상대방에 따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활동자에게는 감성적으로 대했다가도 브랜드 담당자에게 전달할 때는 완전히 이성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차갑고 뜨겁게 소통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원하는 것을 얻을 때 취해야 하는 태도와 소통의 방법을 알았다.


② 운영의 디테일을 보는 눈

미션을 취합하고 공지하는 것 외 활동 중 크고 작은 행사도 담당하게 된다. 정기모임부터 오프라인 행사 등 기획부터 운영의 전반적인 온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운영자의 몫이다. 이런 행사를 할 때에는 첫 입장부터 퇴장까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공지해야 할 지도 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행사 운영의 디테일함을 챙기게 되었다.


③ 활동자와의 관계

운영자는 활동 전반적으로 활동자에게 놀라게 되는 순간이 많다. 세상에는 정말 비범한 친구들이 많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활동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걸 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놀라게 된다. 후생가외(後生可畏)! 젊은 후배들을 두려워한다라는 뜻인데, 좋은 의미로 두려워함을 느낀 것 같다. 열심히 올라오는 사람을 보면 나도 내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그런 활동자와 몇 년 후까지 인연을 이어오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물론 사서 고생이라는 일각의 말도 있긴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대학생 시절의 사서 고생은 해봄직하다. 그리고 그 고생의 결과물이 좋다면 오히려 상금을 벌기도 하는 구조라 동기부여는 덤이다. 활동자의 장점을 서술했는데, 운영자는 위 장점들을 잘 가져갔다고 느껴질 수 있게 적극적으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함에 있어서 직장인 시점에서의 사서 고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확히는 나의 인건비를 팔아서 하는 팔아서 고생. 


무엇이든 고생에서 배움과 돈과 지식과 사람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대외활동은 해봄직한 고생인 것이다. 이제 활동이 모두 끝나고 또 다른 프로젝트의 회의가 잡혀 회의실로 향한다. 그 고생의 끝에도 하는 만큼 뿌듯함이 생기리라는 다짐을 하며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록을 쓰는 타자 소리가 들린다.


탁.. 타닥.. 타타닥.. 타다다닥


지난 야근 때 들렸던 모닥불과 같은 타자기 소리가 회의실을 울리고, 잘해보겠노라는 열의도 적당한 온도로 타고 있었다.


위 글은 과거에 대외활동을 운영하며 실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변형, 각색한 내용으로 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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