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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Feb 25. 2024

정기 모임_너희가 집에 들어가야 난 퇴근이야

차가운 술과 함께 싸늘한 긴장감이 넘어간다.

정기 모임을 앞두고서는 섭외한 연사와 얘기를 나눈다. 정기모임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주제를 잡고 연사를 섭외하여 교육을 진행한다. "트렌드를 콘텐츠에 녹이는 방법", "1주면 할 수 있다, 프리미어 활용법" 등이 그것이다. 이번엔 유명 인스타툰 작가님을 섭외하여 콘텐츠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확장하는 주제의 강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강의였고, 또 나에게도 필요한 강의였기에 준비하면서 나 또한 영감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이젠 정기모임을 준비할 시간, 발대식까지 진행하니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준비 절차도 어느 정도는 손에 익었다. 조금은 더 빠르게 출석부를 만들고, 활동자들에게 공지를 진행한다.

13:30부터 교육이 예정되어 있으니 30분 전인 13:00까지 00 로비로 꼭 도착해 주시기 바랍니다. 늦을 경우 전체 진행 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 시간을 엄수해 주세요.

모임 시작 30분 전까지 꼭 오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남긴다. 사실상 15분 전까지 와서 함께 이동하고 교육을 들으면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시간을 엄수하라는 당부의 공지는 꼭 필요하다. "이제 성인인데 알아서 잘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은 오산이었음을 발대식 때 경험했다. 택시가 늦어서, 지하철을 놓쳐서, 수업이 늦게 끝나서 각각의 이유로 늦게 오는 인원이 꼭 발생하기 마련이다. 늦게 오는 인원이 발생하면 우리가 촘촘히 계획했던 운영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기에 시간엄수는 모든 오프라인 행사에 필수 조건이다.


모든 활동자들이 시간에 맞게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 자신의 팀들끼리만 소통을 해왔기에 발대식 이후 처음 본 활동자들 간 친근함과 열정이 묻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정기모임은 강의 진행 -> 미션 발표 -> 수상자 발표 -> 회식 순서로 진행된다. 강의가 시작되고 활동자들은 들을 수 없던 연사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빠져든다. 활동자의 모습들을 보고 있다가 나도 함께 강연의 청강자로써 스며든다. 운영자는 제공자의 입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지만, 내가 곧 그 강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데에 그 장점이 있다.


모든 강의가 끝나고, 이젠 미션발표의 시간, 각 팀당 15분 정도의 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학교 발표만 했을 뿐일 대학생들일 텐데 각자의 논리와 PPT 자료를 통해 준 프로급의 발표 실력을 보여준다. 그들 중엔 "나도 저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되는 활동자들도 있었고, 마케팅 대행사 직원인 나보다 PPT를 깔끔하게 만드는 활동자들도 있었다. 슈퍼스타K 예선에서 활동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윤종신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학생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는 한편 나도 나만의 뾰족함을 키워야겠다는 위기감이 싹텄다.


모든 발표를 마친 후 저녁 뒤풀이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활동자들이 대외활동 정기모임에서 즐기는 80% 이상의 순간은 저녁 뒤풀이 회식 때 일 것이다. 지금까지 했었던 미션의 노고를 나누며, 흥겨운 뒤풀이가 진행되었다. 나는 운영자이기에 여러 테이블을 돌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운영자이기에 모든 활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고기가 익어감에 따라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갈 때쯤 회식장소의 데시벨도 커지기 시작했다. 취해서 불화가 생기는 것만은 막아야 했기에 헛소리를 하거나, 관리가 필요한 활동자가 없는지 체크했고, 다행히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은 1차로 끝낼 리가 없는 법, 2차를 어디 갈지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공식적인 자리는 이렇게 마무리할 테니 알아서 잘 놀고 안전하게 잘 돌아가세요!"라고 하고 나도 집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안전하게 자리는 마무리되어야 하기에, 각자 모두 귀가를 하라고 공지한 뒤 자리를 마무리했다. 정기 모임은 회식까지도 업무의 연장선이기에, 안전하게 마무리해야 함은 운영자의 역할이다. 그렇게 나는 새벽시간이 되고 나서야 퇴근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위 글은 과거에 대외활동을 운영하며 실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변형, 각색한 내용으로 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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