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7월 땀 흘리고 싶게 만드는 녀석
쨍-한 햇빛이 내리쬐는 7월이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 덕에 온 세상이 습도로 뒤덮인 느낌. 햇빛을 받고 있노라면 가만히 서있어도 이마에서 송골송골 이슬이 맺힌다. 손목이 끈적끈적해지고 몸에 열기가 오르는 때, 내가 주로 쓰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몸의 움직임으로 땀을 흘리는 것, 바로 테니스를 하는 것이다. 시원한 팥빙수를 먹는다거나, 에어컨이 18도로 빵빵하게 나오는 은행이나 카페로 피신하는 등 다양한 여름의 피서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몸을 움직여서 땀을 흘리는 것만큼, 더워도 개운한 것이 없다. 위에 허옇게 먼지가 쌓인 테니스 케이스의 먼지를 닦으며 거진 6개월 만에 테니스를 치러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을 쓰려니 놀란 나의 관절들을 몸소 느낀다. 가볍게 받으라고 건네는 강사님의 공도 어색한 포핸드, 백핸드 포즈로 간신히 받아낸다. 공을 칠수록 공의 타격음이 경쾌해짐을 느끼면서 땀이 주르륵 흐른다. 여름이 좋은 건 시원함이 있어서라는 말처럼, 덥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테니스채를 잡아 진정한 땀을 흘릴 수 있었다.
한번 쳤다고 나름 감을 잡은 느낌, 스핀을 넣어 공에 궤적을 그린다. 완벽한 포물선으로 상대 코트에 떨어질 때의 쾌감을 느낀다. 몸과 코트는 열기로 가득해지고 땀방울이 떨어지지만, 코트 안의 습도는 썩 유쾌하게 느껴진다.
주말에 코트 나올래?
오랜만에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스토리를 올리니, 테니스 좀 친다는 오랜 친구들이 코트를 잡아두었단다. 친구들과 서브를 주고받고, 몇 번의 서브가 오고 가니 2시간이 쏜살같다. 올해는 습도와 함께 러브버그라는 불청객이 두 마리 늘었지만, 공을 주고받으면서 땀을 흘릴수록 몸은 더 개운해졌다.
테니스를 치고 집에 돌아간 순간, 습도와 더위는 이젠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날은 밖에서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날씨였다. 이것이 나의 이열치열 테니스, 8월까지는 이 더위를 이용해서 신나게 땀을 흘리며 다녀야지 곱씹었다.
(가을과 봄이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유쾌하지만은 않은 환경들을 살면서 맞닥뜨려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들을 마련할 때마다 이제는 그 불청객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싫어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모임에는 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을 데려가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도 더위 덕분에 다시 테니스채를 잡게 되었음에 여름에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올해 여름도 잘 부탁한다. 나의 이열치열 테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