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지고 싶다.
지난해 6월부터 매일 아침 일어난 시간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의 나는 애써 어두컴컴한 시간을 피하고 싶어, 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홉 시 반이면 침대에 누웠다. 여유있는 날은 새벽 다섯 시, 할 일이 많은 날은 새벽 네 시, 시험을 보는 날은 새벽 세 시쯤 일어났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잠들 무렵에 나는 잠에서 깬 셈이다. 새벽은 내게 평온한 시간이었다. 온갖 잡생각 속에서 몸부림치던 늦은 밤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에.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해야 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6월부터 12월까지, 정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섯 시 이후에 일어난 기억이 없다. 내용은 텅 비었을지 몰라도 기상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적혀 있는 2020년의 플래너를 열어본다. '05:04 기상'이라는 표현이 가장 많다. 어쩌다가 초기값으로 설정한 알람이 5시 4분, 13분, 20분 이렇게 순차적으로 울렸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이거나 할 일이 많은 시기에는 '04:30 기상'이라는 표현이 많이 보인다. 그보다도 이른 '04:11 기상'이나 '03:38 기상'은 우연히 일찍 눈이 떠진 날들의 흔적들이다.
그러나 2021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나의 새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방학이라는 이유로, 낮에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겨울 아침은 춥다는 이유로, 온갖 핑계를 대며 아침에도 침대에 꼭 붙어 있으려고 몸부림치곤 했다. 여섯 시에 알람을 맞춰 놓아도 번번이 헛수고였다. 알람은 끄고 다시 자면 그만이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알람을 10분 간격으로 여러 개 설정했지만 마법 주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시리야, 모든 알람 꺼 줘."
새해가 시작되고 지난 5주동안, 여섯 시 전에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한 것은 딱 두 번뿐이었다. 아침 열차를 타야 해서 일찍 나가봐야 하는 그런 경우들이 전부였다. 그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07:33 기상', '07:48 기상', '08:30 기상'같은 숫자들만 나열되어 있다. 초심을 잃은 나 자신이 부끄러워 '내일은 다섯 시에 일어나야지'라는 문구를 매일 기록하지만,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보면 자정을 넘기게 되고 나의 다섯 시 기상은 순식간에 물건너간다.
그래도 오늘은 여섯 시 정각에 일어나서 책을 읽었다. 내일은 다섯 시에 눈이 떠지고 싶다.
-2021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