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바닷가를 맴돌고 있을 때
나는 너에게 따스한 햇살이 되어주고 싶었어.
힘내라는 말 따위 통하지 않을 텐데
난 알아, 드넓은 바다 위에 점처럼 보일 듯 말 듯 하는 열두 살의 너를
너는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한다는 걸.
후회하지 않아.
아름다워졌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깨어나. 너의 열두 살을 마주해 봐.
그리고 소리쳐. 휘청이듯이.
너를 마주하고 너에 집중해 봐.
너의 그 순수했던 열두 해 전의, 부끄럽지 않은 영롱한 눈망울과 미소를.
그리고 잊어.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 서 있지.
나의 밧줄을 당긴다고 해서 너의 밧줄이
움직이지는 않아.
스며들어.
눈물.
바다에서 보기로 한 마지막 약속, 지키지 못하더라도
열두 살의 나와 열두 살의 너가 만나서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까.
스물하나의 나와 스물둘의 너가 처음 알게 된,
그날보다도 훨씬 전으로 돌아가서 말야.
너가 광안리 바닷가를 방황하고 있을 때
나는 그저 너에게 조그마한 햇살이 되어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나 아픔 따위 부서진 동아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