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행: 2021.10.7]
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하찮은 존재들을 우리는 왜 그리워할까.
금지된 그리움은 그 자체로 접근 금지 명령이다.
우리는 무슨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나갔던 날들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추억들을 되새기고 있는 걸까.
내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벅찬데
아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은데
왜, 도대체 왜,
바꿀 수 없는 존재들에 의하여
우리는 찢어져야 하는가.
접근 금지 명령을 어겼다고 한들
벌을 받지 않아서인가?
우리는 영혼의 벌을 받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엔트로피*를 거부한다
우리는 모두 저항하는 물리학자이다
우리는 모두 모순적인 이론가이다
*엔트로피: 무질서도의 개념 (물리학 용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