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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버트 May 14. 2021

Healing Park

그리고 Marburg, GERMANY


쭈쭈거리는 새소리는 저 멀리서, 잔디밭에는 검은 새들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고개를 한 바퀴 둘러보면 약 열 마리, 두 발로 걷기도 하고 뜀뛰기 하듯 두 발로 콩콩 뛰어다니며 잔디밭에서 먹이를 찾는다. 겁도 없이 내 곁으로 다가오던 새에게 과자 하나를 부셔 줬더니 두 개를 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누가 쫓는 것도 아닌데,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울타리 밖 경계를 지나 날아가 버렸다. 과자를 주면 가까이에서 그 생김새와 색깔,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어림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러다가 이상한 일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공원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먹이를 쫓던 새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학교 가는 길에 잠시 스치며 지나가기만 했지 그들 시간 속으로 들어와 있어본 적이 없어 새들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건 처음이라서 그럴 수 있다.


배낭, 랩탑, 벤치에 깔 담요, 헝클어진 머리를 가릴 모자, 과자 한 봉지 그리고 보온 컵에 담긴 커피. 시원하고도 쌀쌀한 바람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새들, 적당히 트인 공원 이곳저곳에 서있는 큰 나무들과 드문 인적. 여기 음악만 있으면 나를 안심시키고 행복에 빠지도록 만드는 거의 모든 조건이 되는 것 같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주저함이 없다. 나를 위한 완벽한 시간이 이런 시간이 아니면 무얼까. 


문을 열고 걸어 나와 불과 3분이 되지 앉는 거리, 이토록 충만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이 시간을 위해 집을 나선 혜안에 놀란다. 앞으로 살아갈 많은 시간은 어떤 곳에서든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시공간과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매트를 들고 온 두 사람이 신발을 벗고 잔디에 서서, 머리를 틀어 올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한 사람이 어깨를 돌리자 히잡을 쓴 한 사람 역시 양말을 벗고 마주섰다. 사람의 몸에 대해 배우면서도 오늘 아침 공원에서 보니, 나는 여전히 정신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데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듯하다. 나를 깨고 스스로 나아가기란 그렇게 힘이 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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