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25편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다 보면
문제는 회의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 않는다.
늘 테이블 아래에 있다.
보고서에 없는 것,
회의록에 적히지 않은 것,
누구도 직접 말하지 않는 것.
전략기획팀장은
그 ‘말하지 않은 것’을 읽어야 한다.
오늘은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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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표면적으로는 문제없는데…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아침 9시.
한 팀장이 말했다.
“데이터는 문제없는데…
사람들이 말을 아껴요. 뭔가 있어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게 정상적이었다.
- KPI 달성
- 일정 무난
- 비용도 계획 범위
- 사고 없음
그런데 이상했다.
표면은 괜찮은데, 흐름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전략기획팀장은
문제가 생긴 뒤가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직전의 신호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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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의 내용보다 ‘말하지 않은 방향’을 먼저 봐야 한다
점심시간.
해당 팀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평범했지만
표정과 말투가 조금씩 말하고 있었다.
- “뭐… 그냥 그렇죠.”
- “다들 좀 지쳐있긴 한데…”
- “바뀐 게 많아서…”
나는 숫자가 아니라 리듬을 들었다.
사람의 말에서
속도가 바뀌는 지점,
숨이 멈추는 순간,
단어 선택이 불편해지는 타이밍.
그건 조직이 보내는 신호다.
오늘 포착한 두 번의 ‘숨 멈춤’.
1) 영업의 요구가 계속 바뀐다는 말
2) 생산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말
표면에는 없지만
조직 깊은 곳에서는
두 부서의 갈등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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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략기획팀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이다
오후 2시.
나는 두 부서 팀장을 따로 불렀다.
누가 맞는지 묻지 않았다.
누가 원인인지도 묻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지금 서로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이미 오해가 쌓이고 있어요.
제가 먼저 정리해 볼게요.”
싸움을 중재하려는 게 아니라,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싸움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구조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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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말하지 않은 문제는 항상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두 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두려움.
- 생산은 책임이 떠넘겨질까 두려웠고
- 영업은 고객 신뢰가 흔들릴까 두려웠다
모든 갈등은
결국 미래의 두려움에서 온다.
그래서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뭔가요?”
그 질문 하나로
숨겨진 감정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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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말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문장
오후 6시.
대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대표는 물었다.
“표면상 문제는 없던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나는 말했다.
“문제는 수치에 나오지 않았지만,
흐름이 이미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표는 바로 이해했다.
전략기획의 보고는
수치 보고가 아니라 흐름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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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밤 11시, 빈 사무실에서 적은 문장
오늘 마지막 메모.
“전략기획은 문제를 찾는 일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는 흐름을 읽는 일이다.”
문제가 드러난 뒤에 움직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의 ‘냄새’를 맡고
말하지 않은 신호를 읽고
흐름을 조정하는 사람이
전략기획자다.
마지막 한 줄.
“전략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가 흔들리기 직전의 공기를 읽는 기술이다.”
---오늘의 한 줄
조직은 문제로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로 무너진다.
그 분위기를 읽는 사람이 전략기획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