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은 ‘대표의 말’을 조직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

전략기획 팀장 일기 23편

by 초연

전략기획팀장은 대표와 임원 사이의 가장 좁고 가장 뜨거운 통로에 서 있다.

대표의 말은 짧고, 압축적이고, 때로는 매우 추상적이다.
반면 조직의 언어는 구체적이고, 분절적이며, 절차적이다.

그래서 전략기획팀장은 매일 고민한다.

“대표가 말한 ‘한 줄’이 실제 업무에서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가?”

오늘은 이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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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대표님 의도가 뭐죠? 정확히 어떤 의미죠?”


아침 회의.
대표가 전날 남긴 한 줄이 문제였다.

“베트남 공장 운영 방식은 전면적으로 다시 보자.”

임원들은 저마다 다르게 해석했다.

- 설비 투자 중단?

- 인건비 재구조화?
- 본사 통제 강화?
- 수요 예측 재검토?

모두 다 달랐다.

그때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팀장님, 대표님 의도는 무엇인가요?”

전략기획팀장은 대표의 말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표의 말을 ‘해석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대표가 말한 건 ‘전면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 재평가’입니다.
방향은 중단이 아니라 ‘검증’이에요.”

말 한 글자가 조직 전체의 의미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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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표의 말에는 ‘배경’이 있고 임원의 일에는 ‘맥락’이 있다


대표는 갑자기 말하지 않는다.

그 말에는 반드시 배경이 있다.

그래서 나는 대표실로 올라가 세 가지를 확인했다.

-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 어떤 지표가 눈에 걸렸는지
- 무엇을 걱정했는지

대표는 말했다.

“요즘 변동성이 너무 커.
구조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어.”

즉,
투자를 줄이겠다는 뜻이 아니라
“변동성 요인을 구조적으로 파악해 보자”는 의미였다.

대표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대표의 배경을 ‘맥락’으로 번역해 전달하는 것이
전략기획팀장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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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원들은 ‘지시’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듣고 싶어 한다


오늘 오후,
각 본부장이 나에게 따로 연락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달라.”

그 질문의 핵심은 하나다.

“방향을 알려달라.”

그래서 나는 구조화된 메시지로 다시 안내했다.

- 대표의 우려: 변동성 증가
- 핵심 관심: 구조적 원인
- 당장 할 일: 데이터 수집
- 부서 역할: 생산·영업·기획 재정렬
- 최종 목표: 운영 방식 개선 가능성 검토

전략기획팀장은
대표의 의도를 명령으로 번역하지 않고,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언어로 재조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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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표의 말 한 줄은 조직에서는 ‘다섯 줄의 실무 언어’로 변환된다


대표의 말:

“베트남 공장 운영을 다시 보자.”

전략기획이 만들어야 하는 실무 언어는 이를 다섯 개로 풀어낸 것이다.

1) 운영 흐름도 재작성
2) 변동성 요인 분리
3) 수익성 모델 재산출
4) 리스크 정량화
5) 개선 옵션 도출

대표의 언어는 방향이고,
조직의 언어는 행동이다.

전략기획팀장은
이 둘 사이의 교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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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1시, 마지막 메모


“전략기획은 대표의 생각을 가장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표의 생각이 조직 속에서 오해 없이 흘러가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의도는 짧지만
맥락은 길다.

전략기획팀장은
짧은 의도를
긴 맥락 속에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은 말의 뜻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말이 조직을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오늘의 한 줄
대표의 말은 방향이고,
전략기획의 말은 그 방향을
조직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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