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22편
전략기획팀장을 오래 하다 보면
‘보고’라는 단어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 정보 전달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략기획팀장은 안다.
“보고 = 대표가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은 그걸 다시 증명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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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자료는 다 모았는데… 보고서가 잘 안 됩니다.”
아침 8시 55분.
한 팀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자료는 다 있는데…
보고서 형태로 잡히지가 않아요.”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자료가 아니라 ‘판단 기준’을 모아야 해.”
보고서를 만드는 가장 큰 실수는
자료를 나열하는 것이다.
전략기획 보고는
자료가 아니라 ‘결정의 골격’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팀원에게 세 가지만 다시 적어오라고 했다.
-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 선택지의 기준은 무엇인가
- 대표에게 필요한 판단 맥락은 무엇인가
보고는 문서 작업이 아니라
사고의 재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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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표는 ‘답’이 아니라 ‘틀’을 원한다
오전 11시 40분, 대표에게 첫 보고를 올렸다.
대표는 문서를 3초만 훑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지는 뭔가요?”
나는 세 가지를 바로 말했다.
“1번은 비용 증가, 2번은 일정 지연, 3번은 리스크 확대입니다.
저는 2번을 추천드립니다.”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는 방대한 자료나 예쁜 포맷보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원한다.
보고는 정보가 아니라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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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고는 ‘요약’이 아니라 ‘삭제’다
전략기획의 보고를 배울 때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
“무엇을 넣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팀원에게 말했다.
“넣는 게 아니라 ‘빼는 것’부터 시작해.”
전략기획 보고의 핵심은
요약이 아니라 삭제다.
삭제를 잘해야
판단이 명확해지고
대표의 시간을 지킬 수 있다.
오늘 내가 삭제한 항목만 해도
- 과거 비교 그래프
- 업무 히스토리
- 쓸모없는 사족
- 대표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보고는
대표의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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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고는 글쓰기보다 ‘구조’가 먼저다
오후 3시,
한 임원이 슬라이드를 보내왔다.
“팀장님, 보고가 좀 정신없다고 하시는데
혹시 봐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슬라이드를 보자마자 알았다.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구조’였다.
전략기획 보고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1)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현황)
2) 무엇이 문제인가 (이슈)
3)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옵션)
4) 왜 이 선택을 해야 하는가 (논리)
5) 선택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전망)
이 구조만 잡히면
보고는 이미 절반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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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0시 40분, 마지막 메모
오늘 마지막 문장.
“보고는 ‘보고자’의 실력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대표의 생각을 얼마나 편하게 만들었는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보고를 잘한다는 것은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표가 판단하는 데
불필요한 방해 없이 흐름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었다.
“전략기획은 보고를 만드는 직무가 아니라,
판단을 설계하는 직무다.”
---오늘의 한 줄
좋은 보고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