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틀렸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바로잡히는지

전략기획 팀장 일기 21편

by 초연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수없이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임원 A가 명백히 틀렸는데,

아무도 그 말을 반박하지 못하는 상황."


조직의 공기가 얼어붙고

부서장들은 서로 눈치를 본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정적의 가운데에

항상 전략기획팀장이 서 있다.


---


1. “팀장님… 저 말이 사실이 아닌데요.”


아침 회의.

임원 A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 지연은 생산팀 때문입니다.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실제 원인은 생산팀이 아니라

영업팀의 변경 요청이었다.


옆에서 생산팀장이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 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팀장님… 말 좀 해주세요.”


그러나 전략기획팀장이

즉시 반박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왜냐하면:


- A 임원의 체면을 무너뜨리고

- 조직의 공기를 깨고

- 회의가 ‘진실게임’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회의를 멈추고 말했다.


“A 전무님, 생산팀에 확인해 봐도 좋을까요?

제가 전체 흐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2. 조직은 ‘누가 틀렸는지’보다

‘틀린 것이 어떻게 바로잡히는지’를 더 본다


전략기획팀장은 감정의 심판이 아니다.

조직의 흐름 관리자다.


오늘 오후,

나는 각 팀의 자료를 모아 팩트를 정리한 뒤 보고했다.


“전무님, 영업 쪽에서 조건 변경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일정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생산팀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A 전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전략기획팀장은

누군가를 이기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진실에 맞춰

부드럽게 방향을 바로잡게 만드는 사람이다.


---


3. ‘지적’이 아니라 ‘재배열’로 해결해야 한다


임원이 틀린 말을 했을 때

직접 “틀렸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조직은 이렇게 반응한다.


- “저 발언의 의도는 뭐지?”

- “누가 누구 편이지?”

- “정치 싸움이 시작되나?”


이렇게 되면

문제는 사실에서 벗어나

관계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전략기획팀장은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움직여야 한다.


해결 방식은 세 단계다.


1) 사실 정리

2) 전체 흐름 재배열

3) 자연스럽게 책임이 드러나는 구조 설계


이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문제가 바로잡힌다.


---


4. 전략기획팀장의 말은

‘사실’보다 ‘위치’가 더 중요하다


오늘 한 팀장이 물었다.


“팀장님, 아까 바로 반박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나는 말했다.


“전략기획의 말은 정확한 사실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말하느냐가 더 중요해.”


전략기획팀장의 말은

정답을 맞히는 말이 아니라

조직이 움직이게 만드는 말이어야 한다.


그래서 회의에서 반박하지 않고

정리된 형태로 다시 보고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


5. 밤 10시, 마지막 기록


오늘 메모에는 이렇게 적었다.


“전략은 옳고 그름의 게임이 아니라

흐름과 균형의 기술이다.”


누군가가 틀렸을 때

그 사실을 맞힌 사람이 전략가가 아니다.


그 틀림이 조직을 깨지 않게

자연스럽게 수정되도록 만드는 사람이

진짜 전략가다.


마지막으로 적었다.


“전략기획은 사람을 바로잡는 일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바로 서게 만드는 기술이다.”


---


오늘의 한 줄

전략은 진실을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진실이 조직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도록 돕는 기술이다.

keyword
이전 20화전략기획은 갈등의 ‘해결’이 아닌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