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20편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숱한 갈등을 보아 왔다.
부서 간의 충돌,
임원 간의 시각 차이,
해외법인과 국내본사의 프레임 불일치,
그리고 대표의 고민.
그런데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오늘 다시 깨달았다.
“갈등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정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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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이건 누가 맞는 건가요?”
아침 9시 10분.
생산팀과 영업팀이 함께 들어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영업은 납기 단축을 요구했고,
생산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둘 중 누가 맞는가?
전략기획팀장은 이 질문에 절대 답하면 안 된다.
그건 판단이 아니라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같은 방식으로 시작한다.
“각자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 주세요.
그리고 무엇이 목표인지도 함께 말해 주세요.”
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계는
‘누가 맞는가’가 아니다.
“서로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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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갈등의 뿌리는 ‘보존하려는 가치’의 차이다
영업이 지키려는 것은 고객 신뢰다.
생산이 지키려는 것은 품질과 공정 안정성이다.
둘은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 각자의 생존 조건을 지키는 것뿐이다.
그래서 전략기획팀장이 할 일은
둘 중 하나의 생존을 꺾는 것이 아니라
두 생존 조건이 공존할 수 있는 틀(frame)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두 가지 단어만 적었다.
- 리스크
- 기회비용
그리고 말했다.
“품질 리스크는 생산이 관리하고,
기회비용은 영업이 관리합니다.
오늘은 이 둘의 균형점을 찾는 날이에요.”
그러자 싸움은 사라지고
논의가 시작됐다.
갈등을 해결하는 순간은
대화를 ‘싸움에서 계산’으로 바꿀 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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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략기획팀장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갈등 관리 3가지
오늘 오후, 또 다른 부서가 찾아왔고
나는 다시 이 세 가지 원칙을 떠올렸다.
한쪽 편을 들어주는 순간 모든 갈등은 ‘정치’가 된다
갈등을 회피하면, 문제는 잠잠해지는 게 아니라 숨어 버린다
갈등을 ‘감정’으로 다루면 안 되고, ‘구조’로 다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각자의 감정 뒤에 있는 구조적 사실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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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갈등을 정리하는 가장 강력한 문장
오후 5시.
대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대표는 조용히 물었다.
“결론은 뭔가요?”
나는 늘 쓰는 문장으로 답했다.
“둘 다 맞고, 둘 다 틀리고, 둘 다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는 웃었다.
전략기획팀장의 진짜 역할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정답이 되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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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1시, 갈등이 사라진 빈 사무실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적었다.
“전략은 이해관계를 재정렬하는 일이다.”
조직의 갈등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용 가능한 형태로 정리되는 것이다.
전략기획팀장은
문제를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문제의 위치와 크기를 재배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적었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갈등이 흐름을 잃지 않게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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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줄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잃지 않도록 정리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