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전략기획 팀장 일기 19편

by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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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팀장님, 확실한 정보가 있나요?”
“언제쯤 명확해질까요?”
“이건 확정된 건가요?”

하지만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된다.

“기업에서 ‘확실한 정보’란 거의 없다.
있는 건 오직 ‘불확실한 신호’뿐이다.”

오늘은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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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장님, 결정하기엔 정보가 너무 적습니다.”


아침 9시.
한 팀원이 난감한 얼굴로 보고했다.

“이거…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어떤 결론도 내기 어렵습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우리가 ‘정보를 재배열할 시간’이 부족한 거야.”

불확실성이 클수록
정보 수집보다 먼저 해야 하는 건
정보 재배치다.

- 사실(fact)
- 추정(assumption)
- 우려(concern)
- 가능성(option)

이 네 가지를 분리하는 순간

판단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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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확실성을 없애려 하지 말고 ‘관리’ 해야 한다


사람들은 불확실하면
조건을 더 모으려고 한다.

하지만 전략기획팀장은 안다.

“불확실성을 없애는 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오늘 오후,
생산팀과의 회의에서 누군가 말했다.

“확정된 게 없어서 일정 잡기 어렵습니다.”

나는 말했다.

“확정은 마지막에 오는 거야.
우린 그 마지막을 당기기 위해 존재하는 팀이고.”

전략기획팀장이 하는 일은
완벽한 결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최악의 결정을 피하고
최선의 결정을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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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확실성은 ‘속도’보다 ‘순서’에 영향을 미친다


영업팀에서 긴급 요청이 들어왔다.

“팀장님, 고객이 조건 변경 가능 여부를
오늘 안에 알려달랍니다.”

나는 즉시 구조를 파악했다.

- 조건 변경의 위험도
- 생산 영향
- 비용 영향
- 대표 보고 타이밍
- 해외법인과의 연결 포인트

그리고 말했다.

“이건 더 빨리 판단할 수 있어.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순서야.”

전략기획팀장은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확한 순서로 움직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다.

그 순서는 보통 이렇다.

1) 리스크 체크
2) 이해관계 조정
3) 선택지 압축
4) 대표 판단 지원
5) 실행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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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팀장님, 확정이 안 나왔는데 보고해도 되나요?”


오후 늦게,
한 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팀장님, 이건 아직 확정이 안 나왔는데…
대표님께 보고하는 게 맞을까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확정된 것만 보고하면
대표는 항상 뒤늦게 판단하게 돼.”

대표가 뒤늦게 알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수습하게 된다.

전략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진행 중인 흐름(flow)을 보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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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11시, 불확실성의 본질을 기록하며


사람들은 전략을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적는다.

“전략은 큰 그림이 아니라
흐릿한 그림을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확정되지 않은 영역에서
조직이 엉키지 않게 하고,

흔들리는 순간에
판단의 중심을 잡아주고,

가장 불확실한 영역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

그게 전략기획팀장이 매일 하는 일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줄을 썼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사람이
전략을 만든다.”


---오늘의 한 줄
전략은 확실한 정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흐릿한 정보를 견디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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