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의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에서 벌어진 파괴를 다룬다
일상의 존재는 내일이 오늘과 같으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그 전제는 오늘도 어제의 기대를 충족시켜줬다는 만족이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만족도도 높아진다. 그래서 일상은 잔인하기도 하다. 오늘이 어제와 다른 순간의 충격,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라는 불안은 행복했던 일상에 균열을 내고 만다. 행복할수록 잔인하다. 끝내 떨어져 버린 빙하처럼 한 사람의 일상은 사라져 버리고, 일상으로써 누렸던 행복 또한 증발한다. 흘러가는 빙하가 다시 오를 수 없듯 일상은 회복되지 않는다. 떠내려가는 빙하가 끝내 녹고 말듯 무너진 일상 속 인간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또 다른 일상으로 접어든다. 그러나 새로 만나는 일상은 그전과는 다르다. 대개 불행해진다. (17.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