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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16. 2019

클로이는 떠났다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라캉은 말했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그동안 내게 알랭 드 보통은 타인의 욕망이었다. 첫사랑이 싸이월드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유쾌한 책이라 백 번도 읽고 싶다’고 적어놓은 이후로. 나는 계속 욕망했다. 나는 좋은지 모르겠는데도 찾아 읽었다. 이제 그 욕망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읽기 싫다. 클로이는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자면, 결혼에 대한 이유 부분이다. 친구의 친구에게서 결혼을 준비하며 아내와 그의 가족에 대해 정말 실망 많이 했다는 사연을 들었다. 사정을 들어 보니 심정적으로 이해됐지만, 반대 입장에서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들의 문제였다. 모인 사람들은 오지랖으로, 결혼하기로 했다면 조금은 서로 참아줄 만하니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겠냐, 행복하기에도 모자라고 한 번의 삶인데 벌써부터 참아야 한다면 아예 좋은,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떠들었다. 결론은 없다. 그래도 모두가 행복을 바란다는 사실만은 같다. 책을 덮으니 그들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그들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일상은 끔찍하다. (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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