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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26. 2019

왜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징징거리는 소설이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은 밀본에 의해 자신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자 그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말한다. “내가 아니라 네가 죽인 것이다”


다시 세종은 묻는다. “이방원이 왜 이방원인가, 이도가 왜 이도인가”


급기야 과거의 자신, 나약했던 이도를 불러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왕과 다시 만나고, 끝내 자신의 무력함을 이기지 못한 세종은 자기 환멸을 하며 파괴를 나아간다. 그것은 이방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이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원죄와도 같다.


아마 드라마처럼 다자이 오사무도 그랬을 것이다. ‘있는’ 집안의 도련님으로 태어나서 ‘없는’ 집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의 자기 배반은 시작되었다. 끝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실격시킨다. 도저히 자신은, ‘인간’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정신으로, 또 마음으로 인식되는 것임을 보인다. 자기 파괴를 도구로 삼아서 말이다. 그가 행한 처절한 자기 성찰 또한 분명 세상이 가진 다른 모습일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잣집 도련님에, 여자 편력에, 글을 쓰거나 술을 마신다는 것들이 비슷하다 못해 배다른 형제는 아닐까 생각도 든다. 멀리서 보면 아주 다르게 보이지만, 그 둘이 자신을 보면서 느꼈던 삶의 허망함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도 떠오른다. ‘화장’에서 주인공이 겪었던 심리적 갈등 또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자신을 아내의 죽음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면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에 대한 고민은 결국 수컷, 남성의 존재로부터 시작되어 구체화된다.(강유정)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화장’의 주인공 모두 같다. 어떤 존재론적 성찰이 삶과 무관한 철학적 사건이 되어버린 순간, 세상의 보편적 감정은 사라졌다.(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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