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요즘 말이야

by SEOK DAE GEON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우선 밤에 잠들기가 어렵다. 잠이 들어도 새벽에 깨기 일쑤다. 그 시간은 꼭 정해져 있는데, 3시 반에 한 번, 5시 반에 한 번이다.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


집중력도 떨어졌다. 예전이면 2시간이면 쓰는 글을 며칠째, 더 생각해보자는 핑계로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다른 일도 밀린다. 밀리다 보니 또 핑곗거리를 찾는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없애야 하는데, 그 결과는 뻔하다. 쳇바퀴 돌듯 또 잠들지 못한다.


배도 나왔다. 뉴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시킬 때마다 “휘핑크림 올려드릴까요?” 물으면 거절하지 못해서다. 물론 운동을 하지 않아서겠지만, 러브핸들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생겼다.


책도 읽지 않는다. 분명 무언가를 읽고 있지만, 하루 끝에서 돌아보면 뭘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으니 글 쓰는 게 힘든 건 당연하다. 나는 읽어야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감도 떨어졌다. 사람에게 말 걸기가 어렵다. 물어보고 듣고 적는 게 직업인데도 말이다. 어찌어찌 버틴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버티다 보면 깨닫는다던데, 깨닫는 건 잔머리뿐이다.


남극에 인류 두 번째로 닿은 로버트 스콧은 유언에서도 자신의 게으름을 질타했다. 그는 남극에서 얼어붙어 가면서 아내에게 전하는 편지에 이렇게 쓴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항상 근면해지도록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면 안 되었소. 나는 언제나 게을러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오.”


하지만 그는 매우 성실하며, 모범 그 자체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죽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했다. 자식에게도, 친구에게도 편지를 썼다.


뜬금없이 스콧을 떠올리는 이유는 ‘나도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뭐 ‘좀 게으르면 어때?’라고 해도 ‘좀’이라는 부사에는 기준이 있다. 지금의 나는 ‘좀’과 물음표가 아니라, ‘졸’과 느낌표가 어울린다. ‘졸 게을러!’다.


요즘 이렇다. 정신 차려야겠다. (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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