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Sep 24. 2019

넌 쉽게 말했지만

“우리 일주일만 연락하지 말고 지내면 어때?”


선혜의 말에 동준은 헛웃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사실 선혜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여러 번 말했다. 바로 전까지도. ‘그만 내 얘기를 들어줘’ 


하지만 동준은 쉬지 않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 참으면 사회적으로 바보라고 생각해” 

“남들이 그렇게 논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놀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상관없지만, 남들 눈치 보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 난” 

“의미가 없잖아. 그런 거”


듣는 내내 선혜는 애꿎은 흰 살 생선 초밥을 젓가락으로 찔러댔다. 동준은 선혜의 표정을 느꼈을까? 선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시 시간은 멈췄다.


“그래도 그렇게 분석하듯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갑자기 동준은 친구와의 술자리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는 헤어졌다면서, 헤어지면 들은 말이 “넌 너무 날 분석하려고 해”라고 했단다. 선혜는 김 빠진 맥주는 마셨다.


“우리 일주일만 떨어져 있어”


선혜의 말에 동준은 헛웃었다.


“지금 동굴에 들어가겠다는 거야?"

"동굴은 아무 말없이 사라지는 거고."


동준은 조금씩 흥분했다. 하지만 애써 참았다.


"연락은? 그것도 하면 안 돼?”

"응. 일주일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동준은 테이블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허탈하게 말했다.


"헤어지자는 거 맞네."


선혜는 다시 젓가락을 만졌다.


그들의 사랑은 끝났다. 그런데 마땅한 추억도 없다. 겨우 기억을 되살려보면 가끔 영화 보러 가고, 밤에 집에 데려다주고, 쑥스럽게 키스했던 것들 뿐이다. 흔해 빠진 사랑이다. (18.06.05)


매거진의 이전글 을지로 서브웨이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