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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Oct 05. 2019

식은 부대찌개

천명관의 <고령화가족>

가족이라는 단어와 안나 카레니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행복을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 문학의 능력은 실로 위대했기에, 우리는 그 환상에 빠져 불행이야말로 특별한 줄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가족의 불행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가족이라고 이름 붙였다면, 대개 그렇다. 끝이 불행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살다 보면 손톱깎이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치킨이 먹고 싶은데 먹친구가 없다거나, 환하고 난방 좋은 방이 유독 쌀쌀할 때가 있다. 그때 가족은 걸리적거림이 아닌 삶의 부대낌으로 느껴진다. 부대끼다 보며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짜증도 냈다가 웃기도 한다. 원래 부대찌개는 식었다가 끓여서 살짝 짭짤해서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천명관의 <고령화가족>은 추석에 받는 스팸과 작년에 산 당면과 엊그제 한 개 반 넣고 남은 라면사리가 들어간 부대찌개 같은 소설이다. (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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