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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Feb 25. 2020

마음의 준비

한강, 『 소년이 온다 』

한강의 『 소년이 온다 』 을 읽으려면 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책을 들기 전부터 심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하나의 글자도 빠짐없이 읽어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한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워해야 한다. 글자를 이미지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지, 상상하고도 버텨낼 수 있을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너는 모두 읽어내고도 인간을 증오하지 않을 수 있을지, 너마저도 인간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너는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한강이 사진작가나 다큐멘터리 PD가 아니라 소설가임을 정말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겨우 글 쓰는 것뿐이라서, 굳이 찾아서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책을 쓰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안심해야 한다. 이 소설이, 당신이 거니는 거리마다 보인다거나 TV을 켜면 매일 나온다거나, 그게 자꾸 생각나게 하는 삶이라면, 너는 견딜 수 없다.


네가 배운 인생은, 시간은, 행복은, 기쁨은, 가족은, 나라는, 친구는, 인간은, 사람은, 웃음은, 슬픔은, 삶은 결코 책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우리는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데 진짜를 알게 되면 지금처럼 살아내지 못할 것 같다. 알아야겠다고 소리 지르는 이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1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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