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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03. 2023

chatGPT 시대의 글쓰기에 대해

오히려 글쓰기 좋은 날이 왔다

chatGPT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보면, 난 그리 놀랍지는 않다.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엄청난 강점이 있지만 빠르게 그러니까 시간의 문제는 글이라는 창작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크리티컬 한 요소가 아니다.


왜냐면 글의 가치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으로부터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chatGPT가 논문을 뚝딱 만드네, 블로그를 하루에 30개씩 쓸 수 있네 해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 걱정되지는 않는다.


가장 놀랐던 점은 마치 사람이 타이핑을 하는 것처럼 덩어리채 퉁퉁 퉁퉁 나오는 액션 장면이었다. 그 희열의 감정이 무엇인지 따져보니, 그건 가끔 내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가득 차 있는데 손가락이 느려서 혹은 타이핑은 한순간에 한 번만 할 수 있기에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AI의 장점이 아닐 것이다. 속기사도 그런 퍼포먼스는 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결론 내린 것이라면 오히려 글쓰기가 더 쉬워졌고 더 성공하기 좋아졌다고 하는 게 맞겠다. 비유하자면, 사람들은 완성된 글보다는 재밌는 글을 찾는다. 이건 디제잉 레슨 받았던 말을 활용한 것인데, 내가 자꾸 완벽한 포인트에 기승전결 뚜렷한 디제잉을 하려고 하니까 선생님이 듣는 사람은 완벽한 디제잉보다는 오히려 틀린 것도 같은 또 이상하기도 한 하지만 재미있는 디제잉에 열광한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기세다. 기세. chatGPT는 너무 친절하고 똑똑해서 이것저것 다 말해주고 싶어 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건 생각보다 좋은 글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듣고자 하는 것 그것에 더 집중한다면 글쓰기는 분명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손경제 이진우 기자가 말했던 글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사례가 가장 적절할 것 같다. 그는 임진왜란에 대한 글쓰기를 말하면서 이렇게 비교했다.


(첫번째)

1592년 봄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조선군은 결사항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선조는 결국 피난길에...


(두번째)

임진왜란의 그날 아침, 부산 동래성 망루에서 왜군을 내려보던 조선군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어떤 게 글이 좋을까? 나는 당연히 두 번째가 좋다. chatGPT의 생성 글쓰기는 분명 첫 번째다. 물론 첫 번째와 같은 글쓰기도 많은 이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어렵고도 좋은 글쓰기법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읽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읽는다면 그저 글자가 있으니까 읽는 것이다. 라벨지에 프린트된 성분 표시 같다고나 할까. 글에 어떤 의지를 담긴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메시였던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자신이 어시스트가 많은 이유에 대해 말하면서 패스에 의지를 담는다고 했다. 이걸 골문 앞에, 득점 기회에 맞닿아 있는 선수에 줄 때에 골에 대한 의지를 담는다고. 


글쓰기도 그렇다. 쓰는 자는 읽는 자에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담는다. 그 무엇은 축구의 골과 같다. 글은 글로만 존재하지 않고 읽는 이로부터 완성된다는 점에서, 글은 쓰는 자가 읽는 자에게 패스하는 공이다. 그 패스, 그러니까 글이 어시스트가 될 것인가 그저 패스일 뿐인가의 차이는 글 쓰는 자의 의지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세가 뽀인트다.


예전에는 그게 글 안의 기교 혹은 단어선택, 스토리, 기승전결과 같은 구성 등등이었다. 이제 그런 것들은 chatGPT가 다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어떻게 글에 의지를 담는가가 중요해졌다. 그건 아직 chatGPT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글쓰기 좋은 날이 왔다.


이 글도 기세로 밀어붙여 쓰인 글이다. 퇴고로 정확도를 높이기 보다 날 것의 의지를 담아 리듬을 살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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