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Mar 06. 2023

나 뭘 하고 살았던 거지?

왜 목표를 지켜야 하는가에 집중한다면

영상 17도를 넘어가는 날씨를 느끼면서 지나간 2023년의 2개월 동안 '나 뭘 하고 살았던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딱 말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짜증 났다. 나는 그저 넋 나간 듯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2023년을 시작했던 날, 올해도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몇 가지 다짐을 적었다. 이루고 싶었던 목표이기도 했다. 


1.약속시간 30분 여유 두고 도착하기

1.집근처랑 사무실 복도에 떨어진 쓰레기 보면 용기내서 줍기

1.일주일 한번 화장실 빡빡 대청소하기

1.운전할때 안전거리 유지하고 딴짓 절대 하지 말기

1.따뜻한 사람에겐 더 따뜻하게, 차가운 사람에겐 더 차갑게

1.'나중에'라는 말 절대 쓰기 않기

1.춤을 자주 추고 재밌게 하루하루 보내기

1.냉소와 조롱을 멀리하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기

1.좋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좋은 그림을 많이 보기

1.욕구와 욕망에 솔직해지고 위선 떨지 않기

1.사람과의 관계와 일의 성취에 정성을 들이기


해내지 못했던 것부터 살펴보자. 아쉽게도 약속시간 30분 전 도착하기는 정말 열 번 약속 중에 아홉 번은 성공하지 못했다. 일이 있든 없든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면 변명이 있을 순 없다. 그럴 때마다 양해해 주는 상대방이 정말 너무 고맙다. 나란 사람은 정말 무례했다. 이제부터라도 꼭 지켜보자. 


화장실 청소도 1월에만 했고 2월 이후 하질 못했다. 말 나온 김에 오늘 집에 가서 꼭 해야지 다짐해 본다. 그리고 재밌게 사는 것과 손 놓고 사는 것과는 다를 텐데 귀찮다는 이유로 집어치워 버린 적이 많았다.


욕구와 욕망에도 솔직하지 못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해야 하는데, 자꾸 숨기고 눈치 보면 사람을 간 봤다. 자신감이 떨어진 것 때문이라 여긴다. 없으면 없는 대로 다가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그림과 가깝게 지내지 못했던 것도 슬프다. 바쁜 탓이었다. 바빴다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 순간에 내 손에 딱 잡히는 게 없다. 아무래도 이게 자신감을 뭉개지 않았나 싶다. 이유 있는 바쁨이 아니라 그저 바쁘기만 했달까.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은 하지 않았다. 운전할 때는 항상 조심했고, '나중에'라는 말 역시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위선적인 말과 행동은 절대적으로 멀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항상 내 인생, 내 관계의 책임은 항상 내게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래서인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내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의도치 않았던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래서 누군가와의 관계가 깨진다면 정말 슬플 테니까.



지난해 12월 교통사고 났을 때, '운이 좋아서 이 정도야'라는 말을 많이 했다. 차가 거의 폐차해도 될 만큼의 충돌이었는데, 염좌 2주로 끝났다. 사고 현장을 보여줄 때마다 '헉'하는 소리에 다들 놀랄 정도였으니까. 


그때 병원에 누워 고민했던 게 나에게 있어 '운이 좋다'는 나쁜 일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할 때가 참 많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냥 로또를 사면 1등이 당첨되는 게 일반적으로 운이 좋은 걸 텐데 반대랄까. 


그렇게 생각을 이어 갔던 게 'Why me?' 이론이다. 사람들은 나쁜 일이 생기면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기야 했는지 투덜댄다. 나도 예전에 그랬다. 그러다가 그동안 대학에 합격했을 때나 취업했을 때 '왜 내가 붙었지?' 묻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Why me?'는 나쁜 쪽으로만 향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편향이다.


그래서 2023년의 목표들을 앞에 두고 지금의 다짐은 지켜야 할 이유를 찾고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달 동안은 저 약속들을 지키지 못할 상황을 미리 걱정하고 그걸 피하려고만 했다. 왜 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에 집중한다면 why me? 가 부정의 편향으로 향하는 걸 막으면서 오롯이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엇이 될지 말이다. 'What will be?'라고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가페와 에로스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