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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08. 2023

달떠 기다리는 마음

책을 읽다가 '달떠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글이 나를 흔들었다. 달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기다린다는 설렘 때문일까,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쓰여일까.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언제였을까 내가 달떠 기다리는 마음을 품어본 적이.


참 모양도 예쁘다. 두자 네자 그리고 다시 두자로 이어지는 글자의 모음은 그림 같이 조화롭다. 달이 담겨 있으니 혹시나 해서 달이 뜨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한 것일까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다. '달떠'는 '달뜨다'라는 표현에서 나왔는데, 그 뜻은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조금 흥분되다'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좋다. 난 달을 바라보면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당장이라도 애인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그래서 흥분도 되는 것이지라고 해도 되겠다.


아마도 처음으로 달떠 기다리는 마음을 가졌던 날은 대학 시절이었다. 그녀의 집 앞에서 누가 볼까 몰래 안았던 때였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얼른 다시 보고 싶어 내일을 생각하며 달떠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집으로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또 만나러 가면 될 텐데.


시간은 흘러 그날들의 마음은 사라졌고 시간은 채울 수 없는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봄이 오긴 하다보다. 이제 사무실 발난로는 집에 가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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